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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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만 50번째

아담 샌들러(Adam Sandler)와 드류 배리모어(Drew Barrymore)가 호흡을 맞춘 ‘첫 키스만 50번째’(50 First Dates, 2004년)는 하와이안 펀치처럼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다. 피터 시걸(Peter Segal) 감독은 여기에 팥빙수 고명처럼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를 얹어 놓았다. 귀여운 여인 루시(드류 배리모어)는 교통사고로 자고 일어나면 전날 일을 모두 잃어버리는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 하필 하와이 최고의 바람둥이 헨리(아담 샌들러)가 루시에게 홀딱 반했다. 그때부터 루시의 사랑을 얻기 위한 헨리의 기발하고 감동적인 하루살이 사랑이 날마다 되풀이된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다음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여인에게 정나미가 떨어졌을 텐데, 헨리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지치지도 ..

퀸 'A Night At The Opera' 30주년 DVD

영국의 록그룹 퀸(Queen)이 1975년 발표한 'A Night At The Opera' 앨범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퀸의 음반이다. 하드록부터 재즈, 록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들어있는 이 음반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록 역사상 길이 남는 명반이다. 'Lazing On The Sunday Afternoon' 'I'm in Love With My Car' '39' 'Love Of My Life' 'Good Company' 등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곡이 하나도 없는, 주옥같은 명곡들 뿐이다. 특히 압권은 불멸의 명곡 'Bohemian Rhapsody'. 중간 부분을 멀티트랙을 이용한 다중녹음 방식으로 만든 이 곡은 마치 록 오페라를 듣는 듯한 장엄함과 웅장함, 화려한 하모니를 자랑한다...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2005년)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어 복수 3부작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유괴범의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여인(이영애)이 출소 후 원래 범인(최민식)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흔치 않은 소재와 충격적 영상들로 점철돼 있다.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갈등의 극단적 충돌과 폭발이다. 주인공들은 보통의 경우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복수극을 펼친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갈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킨 부분도 있지만 박 감독은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부각시킨다. 이 같은 방법은 영상 표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 작품 속 이영애의 모습. 금자의 회상 속에 등장하는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2004년)은 서구 지향적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 소속인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일본의 전통적 요소를 즐겨 사용하는 반면 하야오는 서양, 특히 근대 유럽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고집한다. 젊은 마법사 하울과 저주에 걸려 하루아침에 90세 노파가 된 소녀가 저주를 풀기 위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내용의 판타지 요소를 선택한 점부터가 지극히 서구 편향적이다. 여기에 언제나 인간과 자연에 대한 맹목적 사랑의 메시지를 얹는 것이 어느덧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렸다. 그러면서도 하늘을 나는 돼지, 소녀 마법사, 숲 속 도깨비 등 ..

콜래트럴

가끔 스타의 이름값을 과하게 지불할 때가 있다. 마이클 만(Michael Mann) 감독의 '콜래트럴'(Collateral, 2004년)도 그런 영화다. 톰 크루즈(Tom Cruise)가 악역으로 나와 궁금했는데,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마이클 만 감독은 톰 크루즈의 변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자아도취적 영상으로 일관한다. 내용은 밤거리 택시운전사(제이미 폭스 Jamie Foxx)가 우연히 전문 킬러(톰 크루즈)를 태우면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뤘다. 택시운전사는 뜻하지 않게 킬러의 범행을 돕지만 나중에 킬러와 목숨을 건 한 판 대결을 벌인다. 뚜렷하게 임팩트가 없는 내용인 만큼 차라리 톰 크루즈의 악역을 부각할 수 있는 액션 장면을 많이 넣었으면 오락영화의 몫이라도 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