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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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스톰

존 스톡웰(John Stockwell)이 감독한 '블루 스톰'(Into the Blue, 2005년)은 해저에 가라앉은 보물선을 찾는 선남선녀들의 모험담을 다룬 영화다. 특히 바하마 제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제시카 알바(Jessica Alba)가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수영복 달력처럼 지나치게 눈요기거리에만 치중한 나머지 긴장과 이완을 되풀이하는 이야기 구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스릴을 느끼기에는 다소 약하다. 인상적인 것은 수중촬영. 수중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피터 즈카리니가 담당한 수중촬영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부유하는 카메라 움직임이 일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사물의 윤곽선을 살린 샤프니스도 좋은 편..

토리노-밀라노

토리노(Torino)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달려 이탈리아(Italy)에서 2번째로 큰 도시 밀라노(Milano)에 들렸다. 인구 230만 명인 이곳에 약 1,000명의 한인 교포가 살고 있다. 직물로 유명한 도시답게 이를 상징하는 바늘과 실의 조형물이 시 한복판에 서 있다. 밀라노는 239년 로마제국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서로마제국의 수도로 삼았던 도시다. 역사적으로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1세 황제가 발표한 밀라노 칙령으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로마제국에서 기독교가 용인되며 한동안 박해받던 교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누리며 포교를 할 수 있게 됐다. 밀라노는 토리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도시다. 그만큼 유명한 밀라노 대성당을 비롯해 베르디의 '나부코'와 '오델로', 푸치니의 '나비부인', 벨리..

여행 2006.02.17

서울-파리-토리노

지금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이탈리아(Italy) 토리노(Torino)로 어제 출장을 왔다. 서울에서 한 번에 오는 직항이 없어 프랑스 파리를 경유했다. 서울서 파리까지 12시간 비행, 파리에서 토리노행을 갈아타기 위해 4시간 대기, 파리에서 토리노까지 1시간 20분 비행.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었다. 총 18시간 가까이 걸린 대장정이었다. 두 번 다시 오기 싫을 만큼 지루하고 멀다. 유일한 즐거움은 비행기에서 본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였다. 생각보다 재미있다. 토리노에서 이틀 밤을 자고 밀라노로 떠난다. 토리노를 종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은 결국 오늘 하루다. 알프스 산맥과 인접한 토리노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의 주도다. 예수의 시체를 감싼 토리노의 수의가 발견된 곳으로 유명하다. 토리노의 역사는..

여행 2006.02.12

리플레이스먼트

지난 6일, 제40회 슈퍼볼 경기가 열렸다. 역대 슈퍼볼 경기 가운데 이번 대회처럼 국내의 관심을 끈 경기는 없었다. 이유는 한국계 선수인 피츠버그 스틸러스 소속 하인스 워드(Hines Edward Ward, Jr) 때문이다. 기대에 부응하듯 피츠버그가 우승했고 워드는 MVP로 선정됐다. 미식축구라면 환장하는 팬으로서, 이번 대회가 너무 반가웠다. 덕분에 제발 국내에서도 NFL에 관심이 좀 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메이든' 같은 NFL을 다룬 콘솔 게임도 계속 출시되고 여러 채널에서 NFL을 중계해 줬으면 좋겠다. 슈퍼볼을 보고 나서 오랜만에 생각이나 꺼내든 영화가 하워드 더치(Howard Deutch) 감독의 스포츠 영화 '리플레이스먼트'(The Replacements, 2000년)다. '애니..

엘프

지금은 매체가 많이 늘어나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한가한 기자시사회도 있었다. 유명한 배우가 없거나 화제작이 아닌 경우다. 특히 외국 코미디가 심한 편이었다. 의례히 별거 아닐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기자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뜻밖에 기대 이상의 훌륭한 작품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 키스만 50번째'와 '엘프'(Elf, 2003년)가 대표적이다. 존 파브로(Jon Favreau) 감독의 '엘프'는 얼마 안 되는 기자들이 모여서 보고 다들 호평했던 훌륭한 작품이다.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다룬 코미디가 그렇듯 내용은 간단하다. 우연히 산타클로스의 선물 보따리로 기어들어간 아기가 북극의 산타클로스 마을에 떨어지며 요정들과 함께 자란다. 뒤늦게 요정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