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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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두 번째 미션

토니 자(Tony Jaa)가 돌아왔다. 무릎과 팔꿈치를 이용해 상대를 가격하는 화려한 무에타이로 액션팬들을 사로잡았던 '옹박'의 토니 자가 두 번째 작품 '옹박-두 번째 미션'(Tom Yum Goong, 2005년)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엄밀히 말하면 이 작품은 배우들만 같을 뿐 '옹박'과 줄거리가 이어지는 속편은 아니다. 제목만 그렇게 붙였을 뿐이다. 이번 작품은 애지중지하는 코끼리를 훔쳐간 악당들을 쫓아 호주 시드니까지 날아간 토니 자가 그곳에서 악당들을 격파하는 내용이다. 단순한 줄거리는 문제가 안된다. 어차피 토니 자의 화려한 액션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100% 목적을 달성했다. 전편 못지않은, 아니 전편과 또 다른 토니 자의 가공할 무술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옹박'이 ..

콜드 마운틴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찰스 프레지어의 원작 소설을 '리플리'의 앤서니 밍겔라(Anthony Minghella) 감독이 영화로 만든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 2003년)은 강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남자들이 모두 군대로 끌려간 뒤 홀로 남은 여인들은 전쟁터에 끌려간 남자들 못지않게 혹독한 삶과 전쟁을 치른다. 전쟁터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는 남자들은 오랜 역사 속 역할이 원래 그랬으니 그렇다 쳐도 하루하루 힘든 삶을 견디며 남자들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강인하고 위대해 보인다.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밍겔라의 영화는 정치적 이유로 벌어진 전쟁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하드라마처럼 펼쳐놓았다. 화면도 웅장하고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가는 힘도 있지만 다소 늘어지는..

세인트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재미있게 본 외화시리즈가 있었다. 바로 '돌아온 세인트'다. 1929년 원작자 레슬리 차터리스가 추리소설 '호랑이와의 만남'에서 처음 창조한 캐릭터인 세인트, 즉 사이먼 템플러는 날렵하고 멋진 솜씨로 부자들을 털어 가난한 사람을 돕고 자기도 갖는 현대판 의적이다. 다녀간 곳마다 머리에 후광 표시가 있는 사람 모양의 낙서를 남겨 성자라는 뜻의 세인트로 불렸다. 1970년대 TV 시리즈는 원작과 달리 세인트를 엄청난 갑부 청년으로 설정했다. 그는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돕고 악당들을 혼내주는 정의의 사도다. TV 시리즈의 인기비결은 아주 잘생긴 주인공 배우 때문이었다. 그 배우는 나중에 007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로저 무어(Roger Moore)다. 예전 TV 시리즈가 생각나 ..

질투는 나의 힘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이다. 이 시에서 제목을 딴 박찬옥 감독의 데뷔작 '질투는 나의 힘'(2002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똑같은 남자에게 과거의 애인과 현재 마음속에 두고 있는 여인을 빼앗기는 남자의 이야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연애담 속에 맺어지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미묘한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비단 연인관계뿐 아니라 연애의 당사자들을 둘러싼 주변사람들과 관계도 놓치지 않고 사실적으로 그렸다. 언뜻 보면 사건 자체가 황당하고 주변인들과 벌어지는 뜬금없는 이야기들은 박 감독을 '여자 홍상수'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만큼 박 감독..

나이트 플라이트

상공에 떠 있는 비행기는 밀폐된 방 같다. 무서워도 숨거나 달아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스크림' '나이트메어' 시리즈로 유명한 공포물의 대가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 감독이 만든 스릴러 '나이트 플라이트'(Red Eye, 2005년)는 3만 피트 상공에 떠있는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사건을 다뤘다. 호텔에서 근무하는 여주인공(레이철 맥아담스 Rachel McAdams)이 우연히 합석한 남자(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와 가족의 목숨을 걸고 살아남기 위한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다. 크레이븐 감독은 달아날 곳 없 비행기 안에서 주인공을 극한의 공포까지 몰아붙이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탄탄한 구성과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크레이븐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