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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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번치(SE)

폭력 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의 위대한 걸작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 1969년)가 골든레이블 DVD로 새롭게 나왔다. 기존판과 달리 영상을 애너모픽 처리했으며 음성해설은 물론이고 2장의 디스크에 걸쳐 수록한 부록에 모두 한글 자막을 집어넣었다. 이 영화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영화사에 길이 남는 걸작이다. 서부 시대 마지막 무법자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 이 작품은 사실적인 폭력 묘사를 통해 폭력이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막판 주인공들이 멕시코 반란군과 벌이는 총격전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슬로 모션 처리를 통해 한 편의 군무를 보는 것처럼 처절하면서도 황홀한 그림을 보여준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

"Sex Bomb" 막스 라베 & 팔라스트오케스트라 라이브DVD

독일 아마존에서 주문한 막스 라베 & 팔라스트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DVD 'Palast Revue'가 왔다. 이 그룹의 이름은 생소하지만 'Sex Bomb'라는 노래는 너무나 유명하다. 막스 라베가 독특한 목소리로 부르는 이 노래는 팬택 CF에 등장하면서 톰 존스가 부른 원곡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2장으로 구성된 DVD는 무려 2시간에 이르는 이들의 공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널리 알려진 'Super Hits' 음반보다는 다른 음반의 수록곡들로 주로 구성돼 있어 생소한 곡들이 많다. 다행히 'Sex Bomb'는 짧게 나마 들어가 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이들의 공연 준비 모습과 미국에 건너가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 멤버와 음반 소개 등이 들어 있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엑스박스360

드디어 엑스박스360에 입문하게 됐다. 우선 케이스가 엑스박스보다 작았다. 먼저 나왔던 엑스박스는 덩치가 크고 시커먼 디자인이 투박하게 보였는데, 엑스박스360은 깔끔한 흰 색 외관이 날씬해 보였다. 들어보면 무게도 엑스박스보다 가벼웠다. 거치 방식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 엑스박스는 반드시 눕혀놔야 했는데, PS2를 보고 흉내낸건지 몰라도 엑스박스360은 옆으로 세워놓을 수 있어서 공간을 적게 차지해 좋았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액세서리들. 조잡해 보이는 헤드셋과 함께 벽돌만한 크기와 무게를 지닌 전원 어댑터가 들어있다. 도대체 안에 무엇을 넣어놨길래 이렇게 무겁고 커다란지 궁금했다. 그렇지만 무선 조종기는 마음에 들었다. 조종기 자체에 배터리를 넣어서 작동시키는 방식인데, 조종기에 붙은 버튼으로 본체까..

메모장 2006.04.18

홀리데이 (LE)

"88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의 일요일. 서울 북가좌동 주택가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집 담장에서 지켜본 탈주범 지강헌의 최후 모습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담배를 꼬나문 채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던 적의 가득한 눈빛, 창틀을 부여잡고 폭포처럼 쏟아내던 절규, "사랑받고 싶었다" "생명이 몇 시간 남았는 지 모르지만 따사로운 햇빛을 받고 싶다"는 등... 그리고 유리조각으로 목을 긋기 전 세상을 향해 조롱하듯 날린 섬뜩한 미소까지. 무엇보다 귓가에 선연한 것은 비지스의 팝송 '홀리데이'의 애잔한 선율이다. 지강헌은 경찰에 요구해 받은 테이프를 방안 카세트에 꽂고 한껏 볼륨을 올렸다. 그리고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따라 불렀다. 유리 조각으로 자해하고, 순간..

월레스와 그로밋2-거대 토끼의 저주

월레스와 그로밋이 약 10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야채밭을 망가뜨리는 토끼잡는 특공대로 변신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닉 파크와 스티븐 박스가 감독한 '월레스와 그로밋2-거대 토끼의 저주'(Wallace & Gromit : The Curse of Were-rabbit, 2005년)는 점토같은 물질로 빚어서 만든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다. 여러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전편과 달리 이번 작품은 갑자기 나타난 괴물같은 거대 토끼를 잡는 장편이다. 요즘 애니메이션의 추세가 그렇듯이, 이 작품 역시 여러 영화의 패러디 흔적이 보인다. 일부러 공포물 분위기를 내고싶었다는 감독들은 킹콩, 헐크, 늑대인간에 심지어 매트릭스 장면까지 패러디했다. 개인적으로는 전작이 더 참신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는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