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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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주부퀴즈왕

신인감독 유선동의 데뷔작인 '미스터 주부퀴즈왕'(2005년)은 제목이 말해주듯 6년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가사 일을 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남자가 집에 있으면 논다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영화는 이 또한 당당한 취업이기 때문에 주부라고 주장한다. 실업자가 줄지않고 조기 퇴직하는 사람이 많은 시점에 세태를 적절히 반영하는 소재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용두사미라고 했던가, 재치있고 설득력있게 풀어가던 이야기는 후반부에 가서 힘을 잃는다. 특히 한석규와 신은경이 3주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사랑타령으로 빠지는 대목은 너무 작위적이다. 골 문앞까지 공을 잘 몰고가서 문전처리를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공을 날려버려 허탈하게 만드는 축구를 보는 것 같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LA 유니버셜 스튜디오-비벌리 힐즈

LA에 1주일 동안 머물면서 유니버셜 스튜디오, 비벌리 힐스, 산타모니카 해변, 디즈니 콘서트홀, 할리우드 볼에서 열린 한인뮤직페스티벌 등을 봤다. 사막 기후답게 낮에는 덥고 저녁에는 쌀쌀한 날씨가 계속됐다. 한국은 머무는 기간에 흐리고 비가 왔다는데, LA 역시 대부분 아침에 흐린 날이 많았다. 날씨도 닮아가는 것을 보니 We are the world가 맞긴 맞나보다. 현지에 거주하는 지인들을 만났는데, 미국도 기름값이 자꾸 올라서 난리란다. 지난해에는 1갤런이 2달러대였는데, 지금은 3달러를 훌쩍 넘어섰단다. LA에 연수차 머물고 있는 선배도 차 끌고 다니기 겁날 정도라는 얘기를 했다. 코리아타운 최대 뉴스는 연일 벌어진 한인 살인사건이었다. 한 달새 무려 19명의 한인이 살해당하는 바람에, USA투..

여행 2006.05.25

LA 차이니즈 시어터

영화의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 가면 빼놓지 않고 들리는 곳이 바로 차이니즈 시어터다. 흔히 언론 보도나 사람들은 줄여서 차이니즈 시어터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명칭은 맨스 차이니즈 시어터다. 이곳은 유명 할리우드 대작들의 월드 프리미어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며 극장 앞에 유명 스타들의 서명과 함께 손도장, 발도장이 찍혀 있어 널리 알려졌다. 국내 피카디리 극장이 이것을 흉내냈다. 이 극장은 1927년에 마피아 멤버였던 시드 그로맨이 세웠다. 우리로 치면 자유당 시절 충무로를 휘어잡은 임화수같은 깡패 두목이었는데, 중국식으로 극장을 세운 뒤 흥행을 위해 당시 스타들을 위협해 손도장을 찍게 만든 인물이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그의 말은 곧 법이었기 때문에 스타들은 그를 무서워하며 협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여행 2006.05.24

LA에서 만난 톰 크루즈

20일 저녁 7시30분, LA에서 애비뉴 오브 스타에 위치한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SK텔레콤의 미국 이동통신서비스인 힐리오 오픈 기념 축하리셉션이 열렸다. 취재차 참석한 이곳에서 톰 크루즈를 만났다. 애인인 케이트 홈즈의 손을 꼭 붙잡고 나타난 그는 힐리오 고객이었다. 힐리오 CEO인 스카이 데이튼과 친분이 있어서 힐리오 고객이 됐고, 이날 리셉션에도 참가했다. 그가 고객이 됐다는 기사는 출장오기전 우연히 서울에서 힐리오 관계자를 만났다가 취재를 했고 단독 보도를 한 적이 있다. 앞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그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케이트 홈즈의 손을 꼭 붙잡고 놓지를 않았다. 워낙 유명한 스타인지라 시종일관 카메라 세례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내내 홈즈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를 직접 만난 것은 이번..

인터뷰 2006.05.21

자토이치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 중에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자토이치'(2003년)는 참으로 독특한 영화다. 전통적인 검객이 등장하는 무협 영화에 슬랩스틱 코미디와 신명나는 탭댄스가 곁들여졌다. 거기에 맹인 검객 자토이치는 짧게 깎은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였다. 장르에 설정까지 모두 뒤섞인 이 영화를 굳이 표현하자면 퓨전 영화로 부를 수 있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맹인 검객이 마을의 악당들을 일소하는 내용의 이 영화는 전혀 어색하지 않고 아주 재미있는 시대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워낙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작품들이 독특해서 이런 스타일 또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덕분에 이 작품은 베니스영화제 감독상과 토론토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실제로 전광석화같은 칼싸움에 양념처럼 끼어든 코미디, 막판 탭댄스가 서로 조화를 이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