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유지태)는 변심한 애인에게 묻는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세월이 흐르면 사람이 달라지는 만큼 사랑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상우는 몰랐다. 더 할 수 없이 순진한 사랑은 그렇게 현실이란 칼날에 상처를 입고 성숙해갔다. 이누도 잇신 감독이 만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년)의 주인공들은 그런 점에서 참으로 영악한 사랑을 한다. 상우보다 어린 그들은 변해가는 현실에 달라지는 사랑을 묵묵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점에서 오히려 상우보다 어른스런 사랑을 한다. 이 작품은 철부지 대학생이 몸이 불편한 장애 여성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담히 그렸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원작인 타나베 세이코의 아주 짧은 단편소설에 강하지 않은 갖가지 양념들을 곁들여 기다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