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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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야. 거부할 수도 있어." 영화 '클로저'(Closer, 2004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다. 우연히 만난 네 남녀의 얽히고 설킨 사랑과 이별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인간 관계의 오묘함을 절묘하게 나타낸 뛰어난 작품이다. 네 남녀의 독특한 관계, 감칠맛 나는 대사들은 어설픈 로맨틱 코미디와 차원이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마치 집중력 높은 연극처럼 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이 작품은 아닌게 아니라 영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패트릭 마버 원작의 연극을 필름으로 옮긴 작품이다. 메가폰은 '졸업'으로 유명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잡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익장답게 제대로 만든 정극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스산한 느낌을 자아내는 데미언 라이스의 'The Blo..

S.W.A.T 3.0

피겨 커뮤니티에서 공동구매할 때 주문한 핫토이사의 'S.W.A.T 3.0' 12인치 액션피겨가 도착했다. 우선 총기류, 장비 등 각종 루즈가 풍성하고 정교하게 제작돼 만족스럽다. 모든 총기류는 탄창 분해가 가능하고 M4 소총은 노리쇠덮개를 열고 닫을 수 있으며 권총은 슬라이드까지 움직인다. 얼굴 생김도 그런대로 마음에 든다. 다소 인형에 가까운 얼굴이지만 괜찮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울퉁불퉁한 머슬바디보다 좋다. 머슬 바디는 벗겨놓으면 보기 좋지만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적이고 뻣뻣해서 다양한 포즈를 취해놓기에는 아주 불편하다. 이번 피겨는 관절도 헐겁거나 뻣뻣하지 않아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다만 발바닥의 문제인지 몰라도 약간의 충격에도 잘 넘어져서 자세를 유지하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자주 건드리..

뻔뻔한 딕 & 제인

앞에 '뻔뻔한'을 못 본 상태에서 '딕 & 제인'만 보고 바비 빈튼이 부른 아름답고 슬픈 노래가 떠올랐다. 혹시 그 팝송을 소재로 만든 영화인가 싶었는데, 얼토당토않게 짐 캐리와 티아 레오니가 부부로 나오는 코미디였다. 제인 폰다가 등장하는 1977년 동명 영화를 딘 패리소트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란다. 회사가 망하고 직원들이 거리에 나앉아도 신경쓰지 않고 회사 재산을 뒤로 빼돌려 사리사욕을 채운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CEO를 딕과 제인 부부가 응징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그 과정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길고 지리하다는 점이다. 부부가 응징에 나서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부질없고 쓸데없는 이야기로 때우더니 응징 방법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만큼 어설프고 어이가 없다.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가 궁금할 정도..

영화 2006.04.05

분노의 주먹 (SE)

오래도록 영화팬들을 기다리게 만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걸작 '성난 황소'가 드디어 DVD로 나왔다. 국내 개봉 제목인 '분노의 주먹'(Raging Bull, 1980년)으로 출시된 이 작품은 1940년대에서 50년대를 주름잡으며 세계 미들급 챔피언을 지낸 실제 권투 선수 제이크 라모타의 전성기와 몰락을 그렸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빼어난 영상이 압권이다. 마치 링에 서있는 권투선수의 눈처럼 움직이는 카메라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극적 효과, 음향 과 어우러져 더할 수 없이 비장하고 치열한 경기장면을 만들어냈다. 특히 흑백으로 찍은 영상은 승리의 영광과 패배의 처절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여기에 고무줄처럼 몸무게를 늘였다 줄이며 열정을 쏟아부은 로버트 드니로 등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클리포드 브라운 'Smoke Gets in Your Eyes'

클리포드 브라운(Clifford Brown)은 1950년대 미국 재즈사에 한 획을 그은 트럼펫 연주가다. 당시 강력한 비트와 약동적 리듬이 특징인 하드 밥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클리포드 브라운은 하드 밥을 대표하는 위대한 연주자였다. 1930년에 태어난 그는 피아노, 바이올린,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룬 아버지 덕에 13세 때부터 트럼펫을 배워 재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연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1956년 공연을 마치고 자동차를 타고 귀가하던 그는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다. 그의 나이 불과 26세였다. 비운의 천재가 남긴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 바로 'Smoke Gets In Your Eyes'다. 원래는 1930년대 제작된 뮤지컬 '로베르타'(Roberta)에 들어있던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