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말, 동생이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가져왔다. 소위 'B'자로 불리던 불법복사한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우리말 자막이 없어 무슨 소리인지 못알아들으면서도 충격적인 내용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작품이 바로 아시다 토요오 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북두의 권-세기말구세주전설'(1986년)이었다. 브론슨이 글을 쓰고 하라 테츠오가 그림을 그린 이 작품은 아주 잔혹하다. 주인공 켄시로가 구사하는 무술은 인체의 내장을 파괴하는 북두신권이어서 두들겨맞은 악당들은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폭발하거나 관절마다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죽어간다. 애니메이션에서 어떻게 저렇게 잔혹한 묘사를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워낙 이미지가 강렬해 끝까지 보게 된다. 수십 권이 넘는 원작 만화에 비해 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