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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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감독판)

곽재용 감독이 극본을 쓰고 '무간도'를 만든 유위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이지'(2006년)는 장편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다. 이야기는 엉성하지만 촬영감독 출신의 유위강이 잡아낸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류의 연애소설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여인을 둘러싸고 살인청부업자와 국제경찰인 두 남자의 엇갈린 사랑이 비극으로 치닫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 펼쳐지는 영상만큼은 감탄이 나올 만큼 깔끔하게 잘 찍었다. 특히 '화양연화'에서 가슴을 아리게했던 음악을 만든 우메바야시 시게루가 담당한 음악이 영상과 아주 잘 어울렸다. DVD는 20분 가량 추가된 감독판과 극장판을 모두 수록했다. 그런데 감독판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태극기 휘날리며 (SE)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를 보면 '친구' '형사'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이 생각난다. '태극기...'를 보고 강남의 사무실로 그를 찾아간 적이 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지러운 이유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온 유학파인 그는 대뜸 실크 스크린 때문이라고 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보통 부드러운 영상을 얻기 위해 실크 스크린으로 햇빛을 걸러내면서 촬영한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물론이고 '게이샤의 추억' 같은 영화는 엄청난 야외 세트를 몽땅 실크 스크린으로 덮었다. 그런데 국내에는 엄청난 크기의 실크 스크린이 없다. 돈 때문이다. 당시 가장 큰 실크 스크린은 황기석 감독이 갖고 있던 40미터짜리였단다. 40미터..

위험한 대한항공

오늘은 좀 안타깝고 답답하면서도 사람들 건강이 달린 중대한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대한항공이 다음달부터 추진하는 미주노선 항로변경 이야기입니다. 기름값이 자꾸 오르다보니 대한항공에서 기름값을 아끼려고 미주 노선의 항로를 다음달부터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기존 노선과 달리 새로 북극해를 경유하려고 한답니다. 이 경우 300km가 단축돼 운항시간이 30분 줄어들며 기름도 적게 먹힌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역이 지구 대기층이 얇아서 우주 방사선이 꽤 많이 쏟아져 들어온답니다. 방사선 피폭량이 일반 항로보다 6~7배 높아서 여러번 탑승으로 피폭량이 많아지면 백혈병, 갑상선암 등을 우려할 수도 있답니다. 현재 이 문제 때문에 대한항공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불안해 하나 봅니다. 이런 내용을 제보받고 후배..

메모장 2006.07.25

맨발의 기봉이 (SE)

권수경 감독의 데뷔작인 '맨발의 기봉이'(2006년)는 2003년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 소개된 엄기봉씨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그러나 100% 다큐멘터리와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주요 뼈대는 실화에서 따왔지만 갖가지 극적인 이야기를 첨가해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를 꾀했다. 충남 서산군 고북면 정자리에 사는 엄기봉씨. 올해 마흔 셋인 그는 네 살 때 열병을 앓아 지능이 여덟 살 어린이에 머문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이다. 몸이 불편한 여든 셋의 노모에게 틀니를 해주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나가 1등을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신발이 닳을까봐 늘 맨발로 연습을 한 그는 몇 번 마라톤 대회에 나가 완주를 했지만 한 번도 우승을 해보지는 못했다. 신현준이 엄기봉 역할을 맡아 쉽지 않은 역할을 소화하려..

사무라이 참프루 (Box 1)

독특한 저패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프루'는 '카우보이 비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2004년에 TV시리즈로 만든 작품이다. 해바라기 향이 나는 사무라이를 찾는 소녀와 2명의 방랑 검객이 동행하며 벌이는 모험담을 매회 색다른 에피소드로 그린 이 작품은 시대극에 힙합 음악이 어우러진 퓨전 스타일이다. 와타나베 신이치로는 전작인 '카우보이 비밥'처럼 매회 독특한 이야기와 개성 강한 조역과 악역들을 등장시켜 흥미진진하게 시리즈를 끌어간다. 적당한 허무와 냉소적인 유머는 전작과 변함이 없고 선혈이 낭자한 하드고어와 은근하게 가미된 에로티시즘이 전작과 다른 점이다. 간결한 선과 깔끔한 색채로 표현한 캐릭터는 영화 '킬빌'에 삽입된 애니메이션 디렉터인 나카자와 카즈토의 솜씨다. 현재 케이블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