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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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포티

베넷 밀러 감독의 '카포티'(Capote, 2005년)는 영화로 제작된 '티파니에서 아침을' 원작을 쓴 미국의 작가 트루먼 카포티를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전기 영화는 아니고 그의 생애에서 분수령을 이루었던 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은 그의 최고 작품으로 꼽히는 '인 콜드 블러드'라는 책의 집필과정이다. 1959년 캔자스 홀컴 마을에서 벌어진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인 페리 스미스와 딕 히콕을 6년 동안 인터뷰한 뒤 완성한 이 작품은 넌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카포티는 인간적인 접근으로 범인들의 마음을 열게 만든 뒤 작품의 마무리를 위해 사형을 기다리는 이중적인 면모로 평생을 양심의 가책 속에서 괴로워하게 된다. 결국 카포티는 이 작품이후..

화이트 스네이크 'In The Still Of The Night' 라이브 DVD

대학 시절 열심히 듣던 메탈 그룹 화이트 스네이크의 라이브 DVD가 나왔다. 'In The Still Of The Night' DVD는 그룹 결성 25주년을 기념해 2004년 영국 해머스미스 아폴로 스테이지에서 가진 공연이다. 1978년에 결성된 그룹이니 어언 30년을 헤아린다. 딥 퍼플 출신의 보컬 데이비드 커버데일이 만든 이 그룹은 딥 퍼플 출신의 존 로드, 이언 페이스를 비롯해 코지 파웰, 루디 사르조, 비비안 캠벨, 애드리언 반덴버그, 존 사이크스, 스티브 바이 등 유명 뮤지션들이 줄줄이 거쳐갔다. 그들의 최대 히트음반은 1987년에 나와 1,000만장 넘게 팔린 '1987'. 여기 수록된 'Here I Go Again'과 'Is This Love'는 빌보드 차트 1,2위를 달리며 세상을 뜨겁게 ..

인사이드 맨

오랜만에 스파이크 리 감독이 한 건 했다. '말콤엑스' '정글피버' '똑바로 살아라' 등 일련의 작품들로 명성을 날렸던 1990년대와 달리 2000년대 들어 이렇다할 문제작을 선보이지 못해서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가 '인사이드맨'(Inside Man, 2006년)으로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번 작품은 과거 문제의식과 사회비판적 시각으로 가득찬 작품들과 달리 의외로 고도의 두뇌게임이 가미된 스릴러물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처음 만든 스릴러물은 뜻밖에도 참으로 훌륭했다. 러셀 게위르츠라는 신인 작가의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뛰어난 시나리오 덕분에 영화는 완벽한 밀실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준다. 물론 덴젤 워싱턴, 클라이브 오웬, 조디 포스터, 윌렘 데포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에로스

'에로스'(Eros, 2004년)는 왕가위, 스티븐 소더버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 3명의 감독이 각각 감독한 약 40분 분량의 단편 3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다. 이 작품은 제목이 말해주듯 사랑에 대한 세 감독의 헌사다. 워낙 개성이 강한 감독들인 만큼 작품의 색깔도 확연하게 차이난다. 왕가위 감독은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준 것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근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을 다뤘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술자리에서 흔히 얘기하는 야한 농담처럼 성을 패러디했다. 반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가장 직접적으로 육욕에 대한 갈망을 이야기한다. 평소 세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했다면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내용을 떠나 감독의 스타일을 이해하겠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핑크 플로이드 '펄스' 라이브 DVD

위대한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핑크 플로이드가 1994년 10월 런던의 얼스코트에서 가진 '펄스'(Pulse) 라이브는 환상적인 공연의 극치를 보여준다. 말이 필요없는 전설적인 이 공연은 온통 공연장을 뒤덮는 현란한 조명이 몽환적인 음악과 어우러져 말 그대로 눈뜨고 꿈을꾸는 백일몽 같은 세계를 보여준다. 어지럽게 난무하는 레이저쇼와 음악에 맞춰 화려하게 변하는 조명이 압권. 특히 막판 'Comfortablay Numb'에 등장하는 거대한 빛의 공은 마치 꿈 속의 한 장면 처럼 몽환적이다. 한마디로 소리와 빛의 예술인 이 공연은 그 자체가 사이키델릭 퍼포먼스다. 비록 로저 워터스가 빠져서 반쪽짜리가 됐지만 그들의 명반 'Dark side of the Moon'의 전곡을 처음으로 라이브 연주하는 등 여러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