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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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타카라 버전)

일본 타카라 사에서 만든 12인치 액션피겨 '배트맨'은 영화 배트맨 버전과 상당히 흡사하게 만들었다. 우선 돋보이는 것은 가면을 벗었을 때 맨 얼굴인 크리스천 베일의 얼굴과 배트맨 가면을 쓴 얼굴 등 2가지 가면이 들어있어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손 모양이 교환이 가능하도록 넉넉하게 3종류가 들어있다. 의상은 고무 느낌이 나는 재질로 제작돼 영화속 분위기를 재현했으며 권총, 표창 등 몇 가지 루즈가 함께 들어있다. 의외로 관절이 자유로워 다양한 포즈를 잡을 수 있는데, 의상 재질 때문에 팔을 위로 뻗어올리는 동작은 구현하기 힘들다. 아쉬운 점은 맨 얼굴이다. 크리스천 베일과 닮은 얼굴 모양은 좋은데, 재질 자체가 완구에 가까운 PVC여서 장난감처럼 보인다. 도색도 배트맨 얼굴에 비하면 좀 떨..

언더월드2 에볼루션

렌 와이즈먼 감독의 '언더월드2 에볼루션'(Underworld: Evolution, 2006년)은 늑대와 흡혈귀들의 수백년에 걸친 싸움을 그린 '언더월드'의 속편이다. 내용은 원조 늑대인간과 손잡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흡혈귀 시조의 음모를 막는 흡혈귀 여전사와 혼혈 늑대인간의 활약을 다뤘다. 전편이 여전사로 변신한 케이트 베킨세일의 화려한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작품은 CG와 특수효과에 의존한 괴수들에 초점을 맞췄다. 그 바람에 원조 늑대인간과 흡혈귀 시조는 더 크고 강력하며 흉칙해졌지만 여전사의 화려한 액션이 반감됐다. 어차피 전편부터 황당한 내용이었던 만큼 이야기보다 볼거리를 기대했으나 그마저도 부족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화질이 준수한 편이다. 특별한 잡..

연인

장예모 감독의 '연인'(2004년)은 무협물의 탈을 쓴 애정물이다. 비록 외형은 칼과 권법이 난무하는 무술영화지만 내면은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애정비사다. 그런 점에서 '연인'은 그의 전작인 '영웅'과 짝을 이루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무협영화의 틀을 지녔지만 무술은 주제인 협(俠)과 사랑을 부각시키기 위한 소도구일뿐 본질은 아니다. 특히 '연인'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다. '영웅'은 무술의 대가인 이연걸이 나와 실감나는 무술 실력을 과시하지만 '연인'은 와이어 액션에 의존하는 판타지에 가까운 무술을 선보인다. 이처럼 장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 유달리 사랑에 집착하다보니 더러 '연인'을 무술은 없고 로맨스만 남은 애정극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 같은 비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장 ..

오멘

리처드 도너 감독의 '오멘'(Omen, 1976년)과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오컬트 영화다. 두 작품 모두 성경에 기반을 둔 으스스한 악마 이야기로 당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다만 '엑소시스트'가 선의 승리로 끝나는 반면 '오멘'은 선의 패배를 다뤄 더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오멘은 그다지 무서운 장면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더욱 섬뜩한 느낌을 줬는데, 비결은 바로 누구나 악마라고 생각할 수 없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를 적 그리스도로 선정한 파격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 작품은 무려 4편의 후속시리즈가 만들어질만큼 인기를 끌었으나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황당하고 만화같아진다. 올해 등장한 리메이크작은 보지 않았으나 원작의 아우라를 얼마나 흉내냈는지 궁금하다. 오멘 역시 ..

왕의 남자 (한정판)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년)를 DVD로 3번 봤다. 재미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1,200만명이 넘게 본 이유를 찾고 싶어서였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과 느낌이 다른 만큼 많이 봤다고 무조건 재미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절로 그렇게 됐다. '황산벌'과 '왕의 남자' 두 편만 보고 단정짓기에는 성급한 감이 있지만(현재까지 감독한 작품이 세 편 뿐이니 어쩔 수 없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세계는 깊이가 얕다. 줄거리 위주의 이야기 흐름과 말초적인 대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그만큼 쉽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자극한다. 황당한 몸짓과 언어유희로 금방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개그콘서트'처럼 말이다. 대신 사회 구조와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인간 관계를 고찰하려는 진지한 자세는 없다. '왕의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