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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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속의 지우개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년)는 젊은 여인이 치매, 즉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최루성 멜로물이다. 뻔한 내용일 수 있지만 감성적 영상과 손예진, 정우성 두 스타 덕분에 2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히트했다. 원래 멜로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이감독은 데뷔작 '컷 런스 딥'의 흥행 실패로 3년 동안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지 못하다가 제작사 싸이더스 측의 제의로 이 작품을 맡았다. 이감독은 처음 시도한 멜로물로 대성공을 거뒀다. 촬영에도 일가견 있는 이감독의 감각적 안목 덕분이다. 그의 탁월한 영상 감각은 그동안 숱하게 작업한 뮤직비디오와 광고들이 입증한다. 그러나 일부 장면의 촌스러운 대사들은 옥에 티다. 흥행 성공 후 이감독은 극장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감독판..

007 죽느냐 사느냐

007 시리즈 8번째 작품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 1973년)는 로저 무어(Roger Moore)가 3대 제임스 본드로 처음 등장한 영화다. 숀 코네리보다 연상인 로저 무어는 이 작품을 계기로 본격적인 007을 맡게 됐으며 이후 젊어 보이기 위해 몇 번의 주름살 수술까지 받았다. 가이 해밀턴(Guy Hamilton)이 감독한 이 작품은 카리브해 섬에서 마약을 재배하는 흑인 악당과 007의 대결을 그렸다. 흑인 세계를 다룬 만큼 특이하게 부두교와 카드점 등 미신 요소가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내용도 황당하며 작품성 또한 다른 작품에 비해 떨어지는 편. 주제가는 폴 매카트니가 불러 당시 빌보드차트 2위까지 올랐다. 원제는 햄릿 대사처럼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고 '나는 살고 너를 ..

무간도2 혼돈의 시대

'무간도'의 속편 '무간도 2 혼돈의 시대'(無間道 II, 2003년)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2'처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프리퀄 형식을 택했다. 이미 '무간도' 제작 전부터 '무간도 2'를 구상한 마이자우후위(麥兆輝) 감독은 주인공들이 경찰과 삼합회에 스파이로 몸을 담게 된 사연과 경찰을 대표하는 황국장(황치우셩 黃秋生)과 삼합회 두목 한침(쩡즈웨이 曾志偉)이 악연으로 얽힌 이유 등 인물들의 인연에 초점을 맞췄다. 홍콩에서는 전편 못지않은 성공을 거두었으나 국내에서는 류더화(劉德華), 양조위 대신 이들의 유년시절을 천관시(陳冠希), 위원러(余文樂) 등 상대적으로 인지도 낮은 신세대 스타들이 연기하는 바람에 전편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비록 유명 스타의 부재로 국내에서 큰 환영을 못 받았..

무간도(트릴로지 박스세트)

마이자우후위(麥兆輝)와 리우웨이창(劉偉强)이 공동 감독한 '무간도'(無間道 2002년)는 홍콩 누아르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작품이다. 뒤를 받쳐주는 작품들이 없는 탓에 1980년대 말의 홍콩 누아르처럼 열풍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홍콩 누아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경찰과 범죄조직 삼합회에 각각 스파이를 심은 양쪽 집단이 끊임없는 두뇌 싸움을 벌이는 이 작품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에 힘입어 홍콩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브래드 피트 등을 기용해 리메이크 작품을 만든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시나리오다. 마이자우후위 감독과 장웬지앙(庄文强)이 함께 쓴 시나리오는 총싸움과 액션에 의존한 기존 홍콩 영화와 달리 ..

이소룡의 '용쟁호투' 파이팅헤드 버전

이소룡 액션피겨 분야의 독보적 존재인 피겨아티스트 김형언씨가 최근 보내준 이소룡의 '용쟁호투' 파이팅 헤드 버전이다. 성이 나서 공격하기 일보 직전의 얼굴 표정을 재현한 작품으로, 당장이라도 눈썹이 꿈틀거리며 특유의 기합을 지를 듯한 눈매와 입모양이 특징. 김형언씨 작품은 표정과 더불어 도색이 뛰어나다. 일반 액션피겨와 달리 자연스러운 피부 질감이 느껴진다. 손등에 푸르스름한 핏줄까지 재현했을 정도. 이번 버전은 팬티와 신발만 신고 있는 알몸 버전이라 기존 '용쟁호투' 버전에 들어있던 갈색 중국옷을 입혔다. 걷는 포즈를 만들어놓고 떨어져서 찍어봤다. 언뜻 보면 사람이 걷는 것 같다. 실루엣의 주인공. 얼굴 표정이 압권. 과장하지 않은 차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도색이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단체로 기념사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