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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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투모로우

캡틴 스카이의 모험을 다룬 '월드 오브 투모로우'(Sky Captain and The World of Tomorrow, 2004년)는 독특한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다. 이 작품은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 미래에서나 볼만한 기상천외한 기기들이 등장한다. 거리에 빌딩만 한 로봇들이 걸어 다니고 상공에 날개를 퍼덕이는 비행기들이 날아다닌다. 그런가 하면 주인공 캡틴 스카이의 프로펠러 전투기는 하늘뿐 아니라 잠수함처럼 바닷속도 돌아다닌다. 연료가 떨어지면 하늘에 떠있는 항공모함에 착륙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영상이 모두 가짜라는 것. 사람들을 빼놓고 건물, 기기 등 대부분이 컴퓨터 그래픽의 산물이다. 캡..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007 시리즈 7번째 작품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1971년)는 숀 코네리(Sean Connery)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마지막 작품이다.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은 정식 007 시리즈가 아닌 외전 격인 만큼 제외. 가이 해밀턴(Guy Hamilton)이 감독한 이 작품은 남아프리카에서 대량의 다이아몬드를 밀수해 레이저를 발사하는 위성무기를 만들려는 스펙터 집단의 두목 블로펠드의 음모를 다뤘다. 그다지 화려한 무기나 볼거리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숀 코네리의 007 복귀만으로도 인기를 얻었던 작품. 그러나 숀 코네리가 나이 든 티가 역력해 007을 계속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주제가는 '골드핑거'를 불렀던 강렬한 목소리의 셜리 베시가 불렀다. 2.35 대 ..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울리 에델(Uli Edel) 감독의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 1989년)는 휴버트 셀비 주니어가 1960년대 발표한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다. 뉴욕 빈민가 브루클린에서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모습을 통해 겉으로 화려하지만 뒤로 곪고 썩어 들어가는 미국의 단면을 그렸다. 작가가 본 브루클린은 동성애와 매춘,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지옥이었다. 그래도 그 안에 희망과 꿈을 갖고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긍정적 시각이 담겨 있다. 내용이 그렇다 보니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칙칙하다. 보고 있자면 절로 한숨이 나올 만큼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다. 이 작품은 영상보다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가 담당한 음악이 유명하다. ..

스카이 '토카타'

1982년, 남들은 연합고사 준비로 바쁜 중 3 시절에 FM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당시 팝송을 소개한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가 '황인용의 영팝스'였다. 저녁 8시에 하던 이 프로그램에서 어느 날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바로 스카이(Sky)의 '토카타'(Toccata)다. 지금은 검색서비스에서 '스카이'를 입력하면 휴대폰 정보나 최진영이 몸담았던 그룹 스카이, 플라이 투더 스카이 등 엉뚱한 정보들이 나타나지만 1980년대 초반 스카이는 유일했다. 스카이는 위대한 클래식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이끄는 5인조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였다. 1979년 결성돼 1984년까지 활동한 스카이는 클래식, 재즈, 록을 넘나드는 연주로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하던 음악애호가들을..

버드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가 감독한 재즈 영화 '버드'(Bird, 1988년)를 보면 이보다 2년 전 제작된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의 '라운드 미드나잇'이 생각난다. 둘 다 실존했던 재즈 뮤지션의 생애를 다룬 영화라 그런지 분위기가 비슷하다. '버드'는 색소폰을 불었던 위대한 재즈뮤지션 찰리 버드 파커의 이야기를, '라운드 미드나잇' 역시 색소폰을 불었던 버드 파웰의 이야기를 그렸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들의 힘든 삶에 초점을 맞췄고 양념처럼 이들의 음악이 흐른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가운데 '라운드 미드나잇'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우선 '라운드 미드나잇'이 이야기의 전개가 더 부드럽고 주인공의 연기도 더 자연스럽다. '라운드 미드나잇'은 배우도 아닌 실제 재즈 뮤지션 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