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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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잘 알려진 원작을 토대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장점만큼 위험이 따른다. 널리 알려져 있어 익숙한 반면 사람들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조엘 슈마허(Joel Schumacher) 감독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2004년)으로 아찔한 곡예사의 줄타기를 시도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관객을 흥분시키기에는 줄이 너무 느슨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유명한 뮤지컬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한정된 무대 위 이야기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영화로 옮겨 놓았다. 덕분에 뮤지컬에서 표현하기 힘든 공간들이 영화 속에서 제대로 살아났다. 거대한 기둥이 늘어선 사이로 물이 넘실거리는 오페라 극장의 지하 수로는 '반지의 제왕'의 지하 동굴처럼 웅..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

007 시리즈 12번째 작품 '포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 1981년)는 기존의 화려하고 요란한 볼거리 위주에서 액션과 두뇌 싸움 위주의 본격 첩보물로 회귀한 작품이다. 내용은 침몰한 영국 첩보선에 들어있는 미사일 유도장치를 회수해 구 소련에 팔아먹으려는 그리스 악당과 이를 막는 007(로저 무어 Roger Moore)의 활약을 그렸다. '문레이커' 만큼 요란한 볼거리와 첨단 무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스키와 자동차 추격씬은 볼 만하다. 원작이 4편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어서 영화는 제목만 따왔다. 제목은 정부 비밀문서 첫머리에 쓰는 문구로 '당신만 보고 폐기하라'는 뜻. 감독은 존 글렌(John Glen)이 맡았으며 주제가는 유명 팝가수 시나 이스턴이 불렀다. 주제가는 영화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김태용, 민규동 두 감독이 공동연출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년)는 공포물이 아니다. 흥행을 의식해 '여고괴담' 속편 형태로 제목을 붙였지만 내용은 여고생들의 교환일기와 동성애 등을 다룬 성장영화에 가깝다. 차라리 공포물보다 금기시된 여고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강조했다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두 감독도 이를 의도한 듯 정작 공포물에 가까운 영상들을 대부분 배제해 어중간한 작품이 됐다. 여기에 상영시간의 압박 때문에 상당 부분을 편집에서 드러내다 보니 제대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은 소수의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작품이 돼버렸다. 비록 공포물로서는 실패했지만 지금까지 기존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여고생들의 문화와 사랑을 솔직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무..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

폭력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의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 1974년)는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베스트 10 영화로 꼽아 관심을 끌었다. 박 감독은 이 영화를 가리켜 "페킨파의 진정한 걸작이자 컬트 중의 컬트, 보기 드물게 순수한 아트 필름"이라고 극찬했다. 박 감독뿐 아니라 쿠엔틴 타란티노, 오우삼 감독 등도 이 작품을 걸작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멕시코 갱 두목 제페(에밀리오 페르난데즈 Emilio Fernandez)는 딸을 임신시킨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에 1만 달러의 현상금을 건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이미 죽어서 장례를 치른 상태. 그때부터 죽은 가르시아의 목이 살아있는 사람 수십 명 목숨..

007 문레이커

루이스 길버트(Lewis Gilbert)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1번째 007 시리즈 '문레이커'(Moonraker, 1979년)는 007판 '스타워즈'다. 이번 작품에서 007(로저 무어 Roger Moore)은 전 세계를 돌며 활약하는 것도 모자라 우주공간으로 진출한다. 이번 작품은 우주 공간에서 독가스를 발사해 인류를 모두 죽이고 자신이 가려 뽑은 선남선녀들로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려는 사이코가 악당으로 등장한다. 이를 위해 악당이 선택한 도구는 바로 미국의 우주왕복선 문레이커. 007은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루, 이탈리아의 베니스 등에서 악당들을 뒤쫓다 급기야 우주로 날아올라 레이저총을 쏘아댄다. 내용은 황당하지만 오락 영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작품이다. 호버크래프트 기능을 지닌 곤돌라, 어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