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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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존 카메론 미첼(John Cameron Mitchell) 감독의 '헤드윅'(Hedwig And The Angry Inch, 2000년)은 내용도 독특하지만 사운드트랙이 참 좋은 영화다. 성전환수술로 여자가 된 남자 헤드윅(존 카메론 미첼)이 이끄는 록밴드 이야기를 다룬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미첼이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았으며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간간히 등장하는 동성애 장면이 경우에 따라 거북할 수도 있지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헤드윅이 무대 위에서 벌이는 동작과 자신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옮긴 가사가 더 충격적이다. 에밀리 허블리의 애니메이션을 섞은 영화는 독특한 내용과 더불어 스테픈 트레스크의 파워풀한 록 사운드가 결합돼 수많은 마니아를 낳았다. 애호가들 뿐..

인크레더블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유명 애니메이션을 만든 픽사의 신작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 2004년)은 특이하게 은퇴라는 영웅의 정신적 죽음을 다루고 있다. 온갖 이름의 슈퍼 영웅들을 주체할 수 없던 사람들은 급기야 '슈퍼 히어로 격리프로그램'을 마련해 급기야 영웅들을 모두 은퇴시켜 버린다. '미스터 인크레더블'로 불리던 밥 파(크레이그 넬슨 Craig T. Nelson)도 예외가 아니다. 은퇴한 지 15년 만에 그는 세상사람들로부터 완전히 잊힌 채 살아간다. 매일 보험회사에 출근해 업무 스트레스와 씨름하다 보니 배도 불쑥 나왔다. 이쯤 되면 영웅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브래드 버드(Brad Bird)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가족을 만들어 퇴물 영웅을..

꽃피는 봄이 오면

류장하 감독의 데뷔작 '꽃피는 봄이 오면'(2004년)은 TV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늘려놓은 느낌이다. 실제로 영화는 '인간극장'에서 방송한 관악부 교사 이야기와 폐광촌 아이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섞어서 만들었다. 내용은 일과 사랑에 실패한 트럼펫 연주자(최민식)가 쫓기듯 강원도 탄광촌 중학교의 관악부 임시교사를 맡으면서 다시 희망을 되찾는 이야기다. 선 굵은 연기를 주로 한 최민식이 교사로 나와 서민적이며 가슴 따뜻한 연기를 보여준다. 마치 예전 TV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그가 맡았던 배역을 보는 것 같다. 허진호 감독 밑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조감독으로 일한 류감독답게 스타일이 허감독과 비슷하다.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을 집요하게 잡아내는 영상과 긴 호흡 등이 허감독과 ..

나를 책임져 알피

찰스 샤이어(Charles Shyer) 감독의 리메이크작 '나를 책임져, 알피'(Alfie, 2004년)는 패션잡지를 뜯어놓은 것처럼 영상이 현란한 영화다. 루이스 길버트(Lewis Gilbert) 감독이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을 주연으로 기용해 1966년에 만든 '알피'를 다시 제작한 이 작품은 원작과 차별화를 위해 스토리보다 볼거리에 중점을 뒀다. 따라서 이야기는 원작과 거의 같지만 배우나 컬러풀한 영상 등이 월등하게 뛰어나다. 내용은 뉴욕에서 리무진 운전기사로 살아가는 바람둥이 청년 알피(주드 로 Jude Law)가 여러 여자를 전전하다 홀로 남은 뒤 진정한 사랑과 삶의 의미에 대해 깨닫는 이야기다. 원작이 나온 1966년 당시에 여러 여자를 전전하며 임신까지 시키고 차버리는 내용이..

007 옥토퍼시

13번째 007 시리즈 '옥토퍼시'(Octopussy, 1983년)는 액션과 첩보가 적절히 결합돼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그만큼 볼거리와 액션이 많아 재미있고 이야기 진행도 흥미진진하다. 존 글렌(John Glen)이 감독한 이번 작품은 유럽에서 미군의 실수로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위장해 미군을 철수하게 만든 뒤 전쟁을 일으키려는 구 소련의 미치광이 장군을 막는 007(로저 무어 Roger Moore)의 활약을 다뤘다. 여기에 문어 문신을 갖고 있는 여성이 이끄는 집단이 가세하며 볼거리가 대폭 늘어난다. 개봉당시 007 역할을 은퇴한 숀 코네리가 다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번외작품 '네버세이 네버어게인'과 동시에 붙어 관심을 끌었는데 로저 무어의 '옥터퍼시'가 흥행과 비평에서 앞서며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