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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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트레져

'쿨 러닝'을 만든 존 터틀타웁(Jon Turteltaub) 감독의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 2004년)는 역사 속의 미스터리와 보물 찾기를 적당히 섞은 모험영화다. 비록 여러 부분에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흉내 낸 듯한 흔적과 '다빈치코드' 등 여러 작품에서 소개된 내용들이 보이지만 보물찾기 특유의 궁금증 때문에 끝까지 보게 만든다. 내용은 중세시대 십자군 원정에 나섰던 템플 기사단이 예루살렘의 솔로몬 궁전에서 발견한 보물을 찾는 이야기이다. 템플 기사단의 보물은 영국의 프리메이슨을 거쳐 미국 독립전쟁 당시 활약한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 등 건국 공신들에게로 넘어간 뒤 미국의 모처에 숨겨졌다는 설정이다. 템플 기사단, 프리메이슨 등 역사 속 미스터리와 벤자민 프랭..

Tesla의 'Paradise'

록 그룹의 좋아하는 어쿠스틱 라이브 음반을 꼽으라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Tesla의 'Five Man Acoustical Jam'과 너르바나의 'Unplugged in New York'이다. 이 가운데 테슬라의 음반은 공연장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어 즐겨 듣는다. 특히 여기 수록된 애절한 'Paradise'를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Love song'을 꼽지만 쇠가 갈리는 듯한 제프 키스(Jeff Keith)의 목소리와 'Paradise'가 훨씬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Five Man Video Band'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DVD 타이틀은 1990년 이들이 가졌던 'Five Man Acoustical Jam' 라이브를 그대로 수록했다. 4 대 3 영상은 화질이 비디오보다 떨어진다. 돌비디지털 2...

007 살인면허

존 글렌(John Glen)이 감독한 007 시리즈 16번째 작품 '살인면허'(Licence to Kill, 1989년)는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의 마지막 007 작품이 됐다. 워낙 샤프한 매력이 없다 보니 그는 두 편만에 007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번 작품은 전작들과 달리 007의 개인적 복수에 초점을 맞췄다. 잔인한 마약 밀매 조직 우두머리에게 살해당한 동료의 복수를 위해 007은 살인면허인 007을 취소당하면서까지 모험에 뛰어든다. 줄거리는 평범하지만 직접 몸으로 해내는 스턴트 액션만큼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헬기나 소형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육중한 트럭을 이용해 펼치는 추격전은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007 시리즈만의 정통 액션이다. 주제가는 글래디스 나이트가 불렀으나 별..

선셋 대로(SE)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이 만든 흑백영화 '선셋 대로'(Sunset Blvd, 1950년)는 참으로 오묘한 느낌을 주는 걸작이다.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스타였던 배우(글로리아 스완슨 Gloria Swanson)가 자기 망상에 사로잡혀 재기를 노리다가 살인사건을 저지르게 되는 사건을 통해 비정한 할리우드의 내면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 작품이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웃음과 비극을 적절히 섞어가며 이야기를 끌어간 와일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이다. 특히 왕년의 스타를 연기한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 4 대 3 풀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괜찮은 편이다. 무려 55년 전 작품인데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해 새삼 할리우드의 영상 ..

번지점프를 하다

질기고 질긴 사랑의 인연을 다룬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2000년)는 감독 의도와 달리 보고 나면 참으로 찝찝한 영화다. 감독은 운명으로 묶인 사랑의 인연을 얘기하지만 동성애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1983년 운명처럼 만난 인우(이병헌)와 태희(이은주)는 서로 너무 사랑하지만 태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맺어지지 못한다. 이후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2000년에 고교 교사가 된 인우는 제자인 현빈(여현수)에게서 태희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의 영혼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두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동성애자로 몰아붙여 결국 인우와 현빈은 자유로운 영혼을 갈구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나 번지점프를 한다. 1980년대를 재현한 공들인 소품과 감독의 섬세한 연출 등이 돋보이지만 지나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