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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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블루레이)

2001년 9월 25일, 전남 여수시 봉산동의 한 다방에서 제7태창호 선장 이 모씨가 중개인 여 모씨를 만났다. 여 모씨는 밀입국 브로커였다. 즉 중국에서 한국으로 몰래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 밀항선을 연결해주고 돈을 받는 중개자였다. 여 씨는 이 선장에게 밀항자들을 실어오는 대가로 3,000만 원을 제안했다. 이 선장은 처음에 거절했으나 결국 여 씨의 제안을 수용했다. 선장은 선금으로 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7명의 선원에게 100만원씩 나눠주고 29일 배를 띄웠다. ◇그 바다에서 무슨 일이... 제7태창호는 그때부터 10월 1일까지 5일간 갈치 등 생선 1,400상자를 잡으며 배를 기다렸다. 같은 기간 중국 저장성 닝보항에서 조선족 60여명을 태우고 접선 지점까지 향한 중국 측의 20톤급 중간 연락선이었..

인어공주 (4K 블루레이)

디즈니에서 28번째로 만든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인어공주'(The Littel Mermaid, 1989년)는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과거에 '백설공주' '피노키오' '피터팬' 등 히트 애니메이션을 줄줄이 내놨던 디즈니스튜디오는 1980년대 들어 위기를 맞는다. 1966년 월트 디즈니 사망 이후 버팀목이 돼주었던 '나인 올드멘'(9 old men)으로 불린 초창기 히트작들을 그려낸 애니메이터들이 줄줄이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부서 폐쇄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 이때 CEO였던 마이클 아이스너는 1984년 파라마운트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던 제프리 카젠버그를 회장으로 영입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첫 작품이 바로 '인어공주'다. 이 작품을 계기로 디즈니의..

맘마미아2 (4K 블루레이)

푸른 하늘, 그보다 더 푸른 진남색 에게해, 그 위에 떠있는 그림 같은 섬들, 그리고 바람처럼 흐르는 아바의 노래. 영화 '맘마미아'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워낙 아바의 히트곡이 많고, 그 노래들이 푸른 여름날 축제 같은 곡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흥겨우면서도 아바가 활동한 1970년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결국 이런 것들이 잘 맞아 떨어져 맘마미아의 뮤지컬과 영화가 성공했다. 그래서 올 파커 감독이 만든 속편 '맘마미아2'(Mamma Mia! Here We Go Again, 2018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편보다는 실망스럽다. 전편은 뮤지컬이 워낙 히트하면서 뮤지컬의 기본 토대와 음악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속편은 이야기를 새로 만들고 아바의 노래 또한 되도록 전편과 겹..

이미테이션 게임(블루레이)

인류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앨런 튜링은 비운의 천재였다. 그는 사실상 세계 최초의 컴퓨터를 만들었고 인공 지능을 연구했으며 인지 과학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화학적 거세를 당했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졌다'라고 쓴 이유는 경찰 발표 등을 보면 청산가리를 이용한 자살이 유력하지만 독살당했다는 음모론 또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죽음 이후에도 그는 수십 년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의 업적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가를 만큼 커다란 기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중요한 국가 기밀이어서 노출할 수 없었다. ◇튜링의 삶을 다룬 정교한 드라마 모튼 틸덤 감독의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2014년)은 바로 이러한 ..

에이리언 (4K 블루레이)

어려서 외계인하면 떠오르던 생각이 문어 형상이었다. 아마 만화책 등에서 봤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Alien, 1979년)은 이 같은 생각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벌레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투구 쓴 개 같기도 한 외계 생명체는 경악 그 자체였다. 자웅동체인 에이리언은 기생충처럼 사람의 몸에 알을 낳아 자라나면 몸을 찣고 튀어나와 사람을 잡아먹는다. 총에 맞으면 금속을 녹이는 강한 산성 피를 흘려 피해를 주는 에이리언은 공포와 충격의 상징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SF라기보다 밀실 공포물에 가깝다. 어디로 달아날 곳 없는 우주선 안에서 7명의 대원들이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1분 1초가 보는 이의 숨통을 조인다. 그만큼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이 뛰어났고, H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