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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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블루레이)

스티브 맥퀸 감독의 '셰임'(Shame, 2011년)은 정상적인 사랑이 불가능한 남자의 이야기다. 뉴욕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주인공 브랜든(마이클 패스벤더)은 성중독자다. 하지만 그는 정상적인 연애는 불가능하고 변태적인 음란 사이트나 매춘부와 나누는 정사로만 그의 성욕을 해결할 수 있다. 진지한 연애는 최장 4개월이 전부이고 정상적 연애 관계를 갖는 것을 몹시 어려워한다. 결국 그는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도 원만한 관계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맥퀸 감독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알 수 없는 우울에 빠져드는 브랜든을 통해 도시인의 불안과 우울, 성적 방황을 그렸다. 어찌 보면 변태적인 주인공의 모습은 하루하루 바쁘게 쫓기듯 살아가는 도시인의 모습이 조금씩 섞여 있다. 도대체 브랜든은 왜 저렇게 살아..

메리포핀스 리턴즈(블루레이)

'메리 포핀스'는 영국의 문학가인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가 1934년부터 출간한 시리즈 소설이다.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를 다룬 이 작품은 1988년까지 총 8권이 출간되며 큰 인기를 모았고, 주인공 이름인 메리 포핀스는 보모의 대명사가 됐다. 이를 1964년에 로버트 스티븐슨이 영화로 만든 '메리 포핀스'는 여러 사람들에게 행운을 불러온 작품이다. 원래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정된 배우는 오드리 헵번이었다. 그런데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를 영화로 만들려고 준비하던 워너브라더스에서 이 작품의 주연을 오드리 헵번에게 제안했다. 오드리 헵번은 명성 있는 작품인 마이 페어 레이디를 선택했고 그 바람에 원래 주연을 맡기로 했던 줄리 앤드류스가 밀려났다. 줄리 앤드류스는 몹시 상심했..

터미네이터2 (4K 블루레이)

1991년에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Terminator 2: Judgment Day)는 당시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다. 인류 멸망의 암울한 세계관과 미래의 전사가 과거로 돌아가 인류를 구한다는 내용 자체가 독창적이었고, 무엇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화제가 됐다. 악당 터미네이터로 등장한 T-1000이 액체금속이어서 자유롭게 모양을 바꾸는 장면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했다. 지금 보면 어설픈 티가 나지만 당시로서는 액체금속의 변형에 사용된 모핑 기법이 획기적이었다. 그 바람에 92년 아카데미상에서 특수효과, 음향효과, 분장, 음향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더불어 전편에 이어 죽지 않는 불사신 터미네이터로 등장한 아널드 슈왈제네거는 물론이고 철의 여인 린다 해..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4K 블루레이)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의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Sicario: Day of the soldado, 2018년)는 전편인 '시카리오'의 뒤를 잇는 후속작이지만 내용이 연결되는 작품은 아니다. 전편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벌어지는 멕시코 갱단의 마약 밀매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갱단이 관여하는 밀입국 이야기를 다뤘다. 따라서 제목의 유사성 외에는 완전히 독립된 작품이다. 물론 일부 등장인물은 겹친다. 조슈 브롤린과 베니치오 델 토로가 연기한 캐릭터는 전편에 이어 출연하지만 전편에서 가장 중요한 배역이었던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여자 수사 요원은 다른 인물로 대체됐다. 영화 개봉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밀입국을 막으려고 장벽을 세우는 문제로 멕시코와 갈등을 빚고 있어서 소재가 현실적으로 다가왔..

이 세상의 한구석에(블루레이)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 세상의 한구석에'(この世界の片隅に, 2016년)는 순정 만화 같은 동글동글한 캐릭터와 옅은 색감의 수채화와 색연필 그림 같은 영상 때문에 무척 평화롭고 안온해 보인다. 그러나 내용은 그렇지 않다.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히로시마에서 쿠레로 시집간 여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올곳이 겪는 내용이다. 여인의 시집이 있는 쿠레는 구레 군항으로 알려진 일본 최대의 군항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함대의 모항이었고 진주만을 기습한 각종 항공모함부터 야마도, 무사시 등 일본 해군의 자존심 같은 전함들이 모두 이곳에서 발진했다. 그만큼 미군의 표적이 된 것은 당연한 일.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B-29로 대표되는 미군의 집중적인 폭격을 받아 도시가 초토화됐다. 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