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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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혈가두 (블루레이)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홍콩 영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특히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등이 출연하는 홍콩 누아르는 당시 청춘들의 필수 감상 영화였다. 오우삼 감독의 '첩혈가두'(牒血街頭, 1990년)는 홍콩 누아르의 인기 끝물에 등장한 작품이다.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으로 유명해진 오우삼 감독의 작품이어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극장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원래 오우삼 감독이 3시간 분량으로 기획한 대작이었으나 극장 상영을 위해 145분으로 줄였고, 다시 국내에 들어오면서 추가로 25분을 더 잘라내 2시간 분량으로 축소했다. 그러니 이야기가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스케일만 큰 엉성한 영화라는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비디오테이프가 출시되면서 상,..

미스 슬로운(블루레이)

존 매든 감독의 '미스 슬로운'(Miss Sloane, 2016년)은 미국의 로비스트 이야기를 스릴러처럼 다룬 아주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의 로비스트 제도를 알아야 한다. 미국은 로비스트 활동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나라다. 원래 휴게실이란 뜻의 로비는 영국과 미국의 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이 찾아온 손님들을 만나는 응접실을 뜻한다. 1800년 미국 필라델피아 전국산업진흥회가 연방은행 설립을 위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고 언론인들에게 부탁하면서 로비가 정치적 행위를 뜻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런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로비스트들이 늘어나자 1946년 로비 금지법을 만들어 로비스트 명단을 관리하고 이들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로비스트가 사라지지 ..

킬링 군터(블루레이)

타란 킬램 감독의 '킬링 군터'(Killing Gunther, 2017년)는 포스터로 낚시질을 하는 영화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변으로 잔뜩 총을 든 사람들이 서 있는 표지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면 영락없이 낭패를 볼 수 있다. 내용은 세계 최고의 킬러인 군터를 죽이고 세계 정상급 킬러가 되려는 살인자들의 경쟁을 다룬 영화다. 군터가 워낙 뛰어나다보니 다른 킬러들이 연합해 그를 공격하는 이야기다. 구성은 그럴듯하지만 내용을 보면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우선 구성 자체가 1인칭 시점이다. 킬러들이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촬영자를 고용했다는 설정인데, 그렇다 보니 영화가 다큐멘터리처럼 한 방향에서만 진행된다. 사건 현장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1인칭 사격게임을 하듯 킬러들의 뒤를..

거미줄에 걸린 소녀(4K 블루레이)

페더 알바레스 감독의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The Girl in the Spider’s Web, 2018년)는 스웨덴의 유명한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 가운데 네 번째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래 이 시리즈는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작가가 2005년에 첫 권을 내며 총 10부작으로 기획했다. 1977년부터 20년간 스웨덴 통신사 ITT에서 기자 생활을 한 라르손은 주로 극우, 나치즘 등 보수반동 관련 고발 기사들을 집중 취재했다. 그 바람에 반대 진영으로부터 숱한 살해 위협을 받았고 애인마저 위험에 빠트릴 수 없어 32년간 연인 겸 동료였던 에바 가브리엘손과 끝내 결혼하지 못했다. 라르손은 시리즈 중 세 번째 책까지 출간하고 2004년 11월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밀레니엄 시리즈가 워낙 인기를 끌자..

강철비 (블루레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이 교착 상태인 요즘 남북경협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른 조치들도 난항을 겪고 있다. 원래 핵 무기 보유국의 비핵화 조치는 선택지가 많지 않아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선택 가능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인데 핵 무기 보유국이 해당 무기를 스스로 폐기하는 방법과 주변 국가에서 핵 무기를 보유해 핵 억제력을 확대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피해야 할 최악의 수단이 공격 등 여러 압박을 통한 강제 폐기 조치다. 우리는 당연히 북한이 스스로 핵 무기를 폐기해 이 땅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방법을 취하고 있지만 여러 나라에 걸쳐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보니 쉽지 않다. 양우석 감독은 웹툰 등으로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한 끝에 영화 '강철비'(2017년)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