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9 10

숲속으로 (블루레이)

제임스 라핀이 극본을 쓰고 스티븐 손드하임이 곡을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 '숲속으로'는 독특한 작품이다. '빨간 모자' '신데렐라' '라푼젤' '잭과 콩나무' 등 4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섞었다. 각 동화의 주인공들이 여러가지 사연 때문에서 숲 속에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야기의 전반은 주인공들의 각 자 사연때문에 동분서주하지만 후반에는 모두가 힘을 합쳐 공동의 과제를 해결한다. 원작자인 제임스 라핀이 이 작품을 쓴 1987년의 최대 위기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에이즈였다. 라핀은 세계를 공포에 빠트린 에이즈를 해결하려면 전세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봤다. 그의 이런 생각이 동화를 뒤섞은 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단순히 이야기만 섞은 게 아니라 현실을 반영해 동화를 비틀었다. 신데렐라를 ..

데미지 (블루레이)

루이 말 감독의 문제작 '데미지'(Damage, 1992년)는 아들의 여인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다룬 파격적인 소재 때문에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아들이 약혼녀와 벌이는 아버지의 저돌적인 애정행각은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그 바람에 이 영화는 국내에서 수입 금지를 당해 해외에서 공개된 뒤 2년이 지나도록 국내 개봉을 하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루이 말 감독이 내한해 기자회견을 열고 당국을 설득해 1994년 겨우 심의를 받았는데 그마저도 7군데를 잘라내고 헤어 누드와 성기 노출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됐다. 잘린 부분은 아버지가 아들의 연인과 애정을 나누는 장면들이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온전한 작품을 보기 힘들었다. 이 작품이 국내에서 제대로 선보인 것은 개봉 20주년을 맞아 디지털리마스터링을 거쳐 재..

조이 (블루레이)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조이'(Joy, 2015년)는 빚더미에 올라 파산 직전에 몰린 여인이 기업을 일으켜 수백억원대 부자가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 실화의 주인공은 인지니어스디자인의 여류 최고경영자(CEO)인 조이 망가노다. 1956년 미국 뉴욕에서 이탈리아계 부모 사이에 태어난 조이는 고교를 수석 졸업하고 명문 사립대인 페이스대학에 진학했으나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던 아버지 사업을 돕기 위해 중퇴했다. 이후 이스턴항공사의 고객센터 직원, 웨이트리스 등 여러 직업을 가졌으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심지어 가정사도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부모의 이혼을 겪었고 자신도 이혼해 혼자 두 아이를 키워야 했다. 특이한 것은 이혼한 부모, 이혼한 전 남편이 모두 한 집에서 같이 사는데 그마저도 서로를 ..

베테랑 (블루레이)

정의감에 불타는 외골수 형사가 못되먹은 재벌 2세를 혼내주는 내용의 류승완 감독 작품 '베테랑'(2015년)을 보면 대뜸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2010년 맷값 폭행으로 유명한 최철원 당시 SK M&M 대표 사건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인 최 전 대표는 인수한 업체의 탱크로리 기사가 화물연대 노조 탈퇴를 하지 않고 버티자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준 뒤 폭행죄로 구속됐다. 이후 최 전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 났다. 공교롭게 영화 속 회사는 이니셜도 SK와 비슷하고 이동통신 계열사를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애써 얘기하지 않아도 대번 최 전 대표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비단 최 전 대표 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곳곳에 재벌가에 얽힌 '그랬다더라' 식 사..

데드풀 (블루레이)

데드풀은 마블 코믹스 히어로 가운데 유별나다. 고문에 가까운 특수약물실험으로 특수 능력을 얻으며 온 몸이 흉칙하게 변한 주인공이 마스크를 쓰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내용이다. '울버린'과 같은 실험을 통해 탄생한 데드풀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총에 맞아도 죽지 않고 손을 잘라 내도 다시 생겨난다. 별난 존재를 앞세운 팀 밀러 감독의 '데드풀'(Deadpool, 2016년)은 참으로 유쾌한 영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과거 오우삼의 홍콩 느와르물을 연상케 하는 액션씬이다. 여러 명의 악당을 상대하는 장면을 정지시킨 채 360도 회전 영상으로 보여주거나 느린 슬로모션으로 재현하는 과정은 꼭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을 연상케 한다. 그 정도로 액션이 과격하고 잔인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하다. 여기에 온 몸이 금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