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9 10

천사의 성, 로마의 산탄젤로

로마는 성당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당이 아주 많다. 그 중에서 바티칸을 제외하고 특색있는 성당을 꼽으라면 몇 군데가 있는데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과 산탄젤로를 빼놓을 수 없다. 테르미니역에서 가까운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Santa Maria Maggiore)은 역대 교황들이 자주 찾은 곳이다. 2014년 8월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먼저 들렸다가 바티칸으로 향했다. [예수의 성 유물이 보관된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의 정면.]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한때 이 성당은 교황의 임시관저였을 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352년 로마의 7개 언덕 중 하나인 에스퀼리노 언덕에 건립된 이 곳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여행 2016.09.09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블루레이)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원안을 쓴 1,2편에서 종결됐어야 했다. 액션과 SF를 적절하게 버무린 이 작품은 1,2편에서 보여줄 것들을 모두 보여줬다. 미래의 기계 인간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와 역사를 바꾸려는 시도와 이에 맞선 인간들의 처절한 싸움은 구성이나 이야기 모두가 기발했다. 여기에 아놀드 슈왈제네거, 마이클 빈, 린다 해밀튼 등 세 배우가 보여준 화학적 결합도 훌륭했다. 워낙 이야기 구성이 뛰어나다 보니 요즘보다 현격하게 떨어지는 특수효과도 흠이 되지 않았다. 아놀드도 나이가 들고 다른 배우들은 더 이상 예전의 젊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힘든 지금 굳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예전 배우들의 젊었던 시절을 되살려가며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 1,2편 이후 나온 이야기는 모두 사족에..

아노말리사 (블루레이)

찰리 카우프만과 듀크 존슨이 공동 감독한 '아노말리사'(Anomalisa, 2015년)는 내용보다 독특한 구성 때문에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찰리 카우프만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인간 내면의 탐구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성공한 저자이자 연설가인 주인공이 신시내티에 강연을 위해 출장을 갔다가 그곳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야기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아를 찾기 위한 중년 남자의 일탈이라는 내용을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다룬 점이 독특하다. 그것도 일반적인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과 달리 눈을 가로지르는 얼굴 절개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인형을 도입했고, 기존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정사 장면을 인형을 통해 실감나게 재현했다. 여기에 원작자인 찰리 카우프만이 처음 선보였던 연극적 기법을 그대로 ..

두 성당의 카라바조

로마에서 카라바조의 그림을 볼 수 있는 성당 중에 산타 아고스티노 성당과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이 있다. 산타 아고스티노 성당은 나보나 광장과 판테온에서 가깝고,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은 이름처럼 포폴로 광장에 있다. 나보나 광장과 판테온 중간쯤에 있는 산타 아고스티노 성당(Chiesa di Sant’Agostino)은 1483년 콜로세움에서 가져온 석자재들을 이용해 건축됐다. 설계는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가 했고 성당 정면은 자코모 디 피에트라산타가 만들었다. [산타 아고스티노 성당의 정면. 골목 안쪽에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 곳에는 몇 가지 볼거리가 있는데 그 중에 으뜸은 입구에서 가까운 카바라조가 그린 '순례자들의 성모'다. '로레토의 성모'로도 불리는 이 그림은 성모 마리아가..

여행 2016.09.02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블루레이)

시작은 소소했다. 기획자인 루 애들러와 마마스 앤 파파스의 멤버 존 필립스는 좋아하는 음악도 알리고 돈을 모아 어려운 사람도 돕는 축제를 기획했다. 그래서 라비 상카를 제외하고 모든 음악가들이 무료로 출연했다. 그러면서 일이 커졌다. 비틀즈, 롤링스톤즈 등 거물 밴드들이 줄줄이 나오기로 했다. 그런데 비틀즈는 출연진 명단에 이름까지 올려놓았으나 사정이 있어 출연하지 못했고, 롤링스톤즈는 키스 리차드의 미국 입국에 문제가 발생해 출연이 무산됐다. 그 바람에 엉뚱한 놈들이 떴다. 영국에서 기타와 드럼을 때려 부수는 기행으로 유명한 더 후가 미국에 처음 이름을 알렸고 불세출의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마치 전기톱 같은 목소리를 가진 재니스 조플린, 사이키델릭의 대표 밴드인 제퍼슨 에어플레인 등이 줄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