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02 11

바클리 제임스 하베스트-글라스노스트 라이브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노래 'poor man's moody blues' 때문에 팝 밴드로 오해받는 바클리 제임스 하베스트는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다. 1966년 영국의 올덤이라는 마을에서 각기 다른 밴드를 하던 또래 청년들이 결합해 만들었다. 올덤예술학교 동창생인 존 리즈와 울리 울스텐홀름, 하트 앤 소울 앤 더 위키즈라는 긴 이름의 밴드를 만든 레스 홀로이드와 멜 프리처드 네 사람이 주축이 됐다. 존이 기타를 치고 메인 보컬을 맡았으며 레스가 베이스와 보컬, 멜이 드럼, 울리가 건반과 보컬을 겸했다. 그렇지만 밴드의 색깔을 내는데 없어서 안될 중요한 인물이 울리였다. 이들이 초기에 지향한 웅장하면서도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사운드는 울리의 멜로트론 연주가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었다. 덕분에 EMI는 ..

탈옥 (블루레이)

존 플린 감독이 2005년에 미국 영화전문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탈옥'(Lock Up, 1989년)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영화였다. 제작자인 로렌스 고든은 감옥을 소재로 다룬 대본을 하나 받았는데 내용이 최악이었다. 일단 탈옥이라는 소재가 마음에 들었던 그는 감독과 배우를 섭외한 뒤 급히 각본가를 찾았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는 각본가였던 젭 스튜어트를 고용해 서둘러 시나리오를 썼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이야기를 먼저 꾸리고 감독과 배우를 찾은게 아니라 반대로 진행됐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젭 스튜어트는 못된 교도소장의 음모로 탈옥을 하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럴 듯 하게 구성했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군대 이상가는 거친 마초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3 극장판(블루레이)

창작집단 헤드기어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 3'(Patrabor the Movie 3, 2002년)은 수사물에 가깝다. 2명의 형사가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패트레이버는 후반부에 잠깐 등장한다. 따라서 패트레이버의 활약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1, 2편과 달리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다. 특히 인간의 암세포와 폐기물의 결합돼 형성된 독특한 괴물의 존재는 인류의 고민을 형상화한 듯한 느낌을 준다. 감독은 엔토 타쿠지가 맡았으나 1, 2편을 감독한 오시이 마모루처럼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철학적인 메시지의 무게감은 여전하다. 내용을 떠나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정성들여 그린 손맛이 잘 살아있는 작품...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 극장판(블루레이)

첨단 산업에 대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회의적인 시각과 우려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2'(1993년)에서도 여전하다. 그러면서도 메카닉에 대한 마니아적 집착은 변함없다. 전편에 이어 4년 만에 나온 두 번째 극장판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전편과 닮았다. 여전히 전자전과 정보테러에 대한 우려와 불신 속에 뜻하지 않은 괴전투기가 민간 시설을 공격하며 사건이 벌어지는 내용이다. 이번 작품에서 대립하는 두 집단은 자위대와 기동대다. 자위대가 나선 만큼 F16과 F15 등 현용 무기들을 변경한 병기들이 등장한다. 그만큼 밀리터리 마니아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취향이 그림 곳곳에 반영돼 정밀하고 정교하게 묘사됐다. 다만 아쉬운 것은 패트레이버의 활약이 여전히 만족스러울 만큼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후반 1..

도쿄!

도쿄에 대한 인상을 한 가지 꼽으라면 정갈함이다. 편의점이나 식당, 상점 등을 들어가보면 모든 것들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으며 길거리에도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첫 인상이 중요한 것이, 도쿄를 여러 번 갔지만 정갈하다는 느낌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도쿄를 찾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인상을 가졌을까. 옴니버스 영화인 '도쿄!'(Tokyo!, 2008년)는 이에 대한 해답이다. 모든 사람들의 인상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미셀 공드리, 레오 카락스, 봉준호 등 세 감독에 대한 답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세 감독이 도쿄를 주제로 만든 서로 다른 내용의 작품 세 편으로 구성됐다. 미셀 공드리의 '아키라와 히로코'는 독특하다. 가브리엘 벨의 원작 만화를 각색한 이 영화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여인이 독특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