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03 13

정글북 (블루레이)

존 파브로 감독의 영화 '정글북'(The Jungle Book, 2016년)은 이렇다 할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빌 머레이, 스칼렛 요한슨, 벤 킹슬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이 줄줄이 동물들의 목소리 연기를 대신했지만 얼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제대로 배역을 맡아 얼굴을 드러낸 인물은 주인공 모글리를 연기한 10세 소년 닐 세티 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보는 이를 사로잡는 힘이 있다. 딱히 흥행 보증 수표 노릇을 할 스타가 얼굴을 내밀지 않고, 할리우드에서 금기시하는 어린애와 동물들 위주로 진행되는 데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전적으로 할리우드의 기술력 덕분이다. 실제 인도의 정글보다 더 환상적인 비경을 보여주는 울창한 정글과 실제 동물들 못지 않게 사실적인 움..

가늘고 푸른 선

1976년 11월 29일,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도로를 순찰하던 경관이었다. 밤 중에 라이트를 켜지 않고 달리는 자동차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 정차시킨 경관은 자동차로 다가갔다가 운전자가 쏜 여러 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마침 순찰차에 타고 있던 동료 여경이 뛰어나와 달아나는 차를 향해 발포했으나 너무 놀라 차 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랜들 아담스와 데이비드 해리스 사건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용의자가 잡혔다. 16세 소년 데이비드 해리스였다. 여러가지 말썽을 자주 일으켜 보호관찰 상태였던 해리스는 TV뉴스에 나온 사건 보도를 보고 친구들에게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그는 도난된 차량을 운전한 사실과 총을 버린 장소도 정확히 안내했다...

비긴 어게인 (블루레이)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3년)은 두 남녀의 애잔한 사랑 이야기를 음악에 실은 감동적인 영화 '원스'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음악을 매개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내용은 뉴욕의 한 복판에서 만난 퇴락한 음반 프로듀서와 무명의 가수가 의기투합해 음반을 만드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사랑의 아픔과 소중한 인연의 만남 등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면 일상의 평범함이 의미를 갖게 된다"는 대사가 가슴에 와닿는다. '원스' 만큼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이나 진중한 느낌은 덜하지만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든 캐릭터와 음악이 '원스'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한때 밴드 활동을 했던 존 카니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잘 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