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05 15

더 비틀즈 1+ (블루레이)

비틀즈는 일찍이 홍보 영상물에 눈을 뜬 밴드다. 그들은 1960년대부터 싱글을 발표하면 홍보 영상물을 같이 만들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영상물의 효과에 주목하고 음반 녹음 못지 않게 영상물 제작에 공을 들였는데, 비틀즈 역시 카라얀처럼 많은 영상물을 남겼다. 물론 카라얀은 스스로 영상물에 집착한 반면 비틀즈는 프로듀서 조지 마틴과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더 열심이었다. 2016년 유니버셜에서 나온 '더 비틀즈 1+'는 비틀즈가 남긴 싱글 히트곡 영상물을 모아서 볼 수 있는 블루레이 타이틀이다. 원래 영국과 미국에서 인기를 끈 그들의 넘버 1 히트곡 27곡을 모은 '1'이라는 음반이 먼저 나왔는데, 여기에 영상을 합쳐서 '1+'라는 이름을 붙여 다시 내놓았다. 총 3장의 디스크로 구성돼 있는데 2..

모범시민 (블루레이)

F 게리 그레이 감독의 '모범시민'(Law Abiding Citizen, 2009년)은 미국 사법제도, 그 중에서도 양형거래의 문제점을 꼬집은 영화다. 양형거래란 형사 사건에서 검사가 범죄를 인정한 피고인의 형량을 줄여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검사는 사건 수사와 증거 수집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고 피고인은 벌을 덜 받게 된다. 한마디로 술술 불면 덜 혼내겠다는 의미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형 거래를 악용해 검사의 경우 승률을 높일 수 있고 죄수는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도 있다.특히 피해자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처사일 수 있다. 여기 해당하는 경우가 바로 이 영화의 내용이다. 가정을 파괴한 2인조 강도 살인마 중 주범이 양형거래로 3년형을 받고 풀려나게 된다. 졸지에 아내와 자식을 잃은 남편은 분노에 ..

갓 헬프 더 걸(블루레이)

스튜어트 머독 감독이 만든 '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 2014년)은 유쾌하고 따뜻하면서 사랑스런 영화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우선 감독 이름이 낯익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모던 포크록 밴드 벨앤세바스찬의 보컬이자 리더인 바로 그 스튜어트 머독이다. 머독은 2003년 조깅을 하던 중 우연히 떠오른 악상으로 곡을 만들고 내친 김에 영화까지 구상했다. 내용은 그들만의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친구들끼리 밴드를 만드는 이야기다. 언뜻보면 벨앤세바스찬 이야기와 닮았다. 벨앤세바스찬도 스튜어트 머독이 대학 시절 수업을 듣다가 기말고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친구들 6명과 밴드를 만든 것이 계기였다. 그만큼 영화에는 감독의 개인적 경험과 음악이 잘 녹아 있어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다.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만들 수 있고,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구성이 독특하다. 똑같은 이야기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복기하듯 두 번 찍었다. 내용은 강연 때문에 수원에 내려간 영화감독이 한 여인을 만나 하룻밤의 인연을 만드는 이야기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동일한 인물들이 동일한 시간대에 똑같은 사건을 만들지만 디테일 및 인물들의 관계 형성이 미묘하게 어긋난다. 물감의 색, 나누는 대화, 거니는 길, 옷차림 등에서 약간씩 다른 부분들은 결국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시각의 차이, 생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또는 기억의 차..

해적: 바다로 간 산적(블루레이)

이석훈 감독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은 웃기기로 작정하고 만든 활극이다. 내용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뒤 중국 명으로부터 옥새를 받아오던 중 고래가 이를 삼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감독은 실제 조선의 국새가 태종때까지 10년 동안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에 이야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단초는 사실이지만 나머지 내용은 완전 허구다. 고래를 만나 난파한 배에서 사라진 옥새를 하필 고래가 삼키는 바람에 이를 잡기 위해 해적과 산적이 총출동한다. 김남길 손예진 이경영 유해진 김원해 오달수 신정근 김태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한바탕 웃음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왁자지껄한 슬랩스틱 코미디식의 웃음을 겨냥하고 있다. 산적들의 어수룩한 강도질이나 상어와의 싸움 등은 만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