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학번들은 대부분 대학에 들어가서 광주 민주항쟁을 기록한 영상들을 봤다. 총학이나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주로 틀어주던 영상들은 대부분 조악한 화질의 비디오였다. 영상은 대단히 잔혹해서 마치 공상과학(SF)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전까지 엄격한 정부의 보도 관제로 TV 뉴스 등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소설가 황석영이 생존자들의 구술을 기록한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군사정권의 금서 목록에 묶여 있던 이 책에 기록된 공수부대원이 대검으로 임산부의 배를 찔렀다던가 여학생의 젖가슴을 도려냈다는 대목 등은 너무 참혹하고 공포스러워 영화 '몬도가네'를 보는 듯한 이질감을 줬다.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