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08 11

아이 킬드 마이 마더(블루레이)

자비에 돌란 감독의 '아이 킬드 마이 마더'(J'ai Tue Ma Mere, I Killed My Mother, 2009년)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반항기 가득한 사춘기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좌충우돌 반항기 가득한 사춘기 소년이 흔히 그렇듯 엄마에 대한 애증을 그린 영화다.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 보니 엄마의 먹은 모습까지 혐오스럽게 보이고 급기야 죽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그런 주인공을 위로하는 것은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자신을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는 교사다. 하지만 주인공이 그렇게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한편에는 엄마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남아있다.언뜻 보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자비에 돌란 감독은 표현주의 스타일의 재기 발랄한 영상으로 가득 채웠다. 엄마와 통하지 않는 답답한 마음을 한..

군함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다찌마와 리' 등을 보며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참 재미있게 만드는 감독이라는 생각을 했다. 액션을 맛깔스럽게 조합할 줄 알며 여기에 적당한 유머를 버무려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더러 B급 정서라고도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도 같은 소리를 듣는 만큼 취향의 문제일 뿐 결코 나쁜 소리는 아니다. 그만큼 류 감독이 만드는 영화들은 최근 '베테랑'도 그렇고 은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지금 상영 중인 '군함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군함도'는 너무 실망스러웠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저렇게 왜곡해도 되나 싶었고, 지나치게 표현하면 아픈 역사를 돈벌이의 소재로만 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의 장기인 액션과 유머..

영화 2017.08.11

택시운전사

1980년대 학번들은 대부분 대학에 들어가서 광주 민주항쟁을 기록한 영상들을 봤다. 총학이나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주로 틀어주던 영상들은 대부분 조악한 화질의 비디오였다. 영상은 대단히 잔혹해서 마치 공상과학(SF)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전까지 엄격한 정부의 보도 관제로 TV 뉴스 등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소설가 황석영이 생존자들의 구술을 기록한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군사정권의 금서 목록에 묶여 있던 이 책에 기록된 공수부대원이 대검으로 임산부의 배를 찔렀다던가 여학생의 젖가슴을 도려냈다는 대목 등은 너무 참혹하고 공포스러워 영화 '몬도가네'를 보는 듯한 이질감을 줬다.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를 ..

영화 2017.08.09

안녕하세요(블루레이)

1970, 80년대 익숙한 풍경 중 하나가 만화가게다. 만화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만화책을 빌려주는 대본소다. 가게에 찾아가 읽기도 하고 한 번에 여러 권을 빌려 집에 와서 배를 깔고 누워 보기도 했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1970년대에 만화가게는 아이들의 오락실이었다. 1970년대 초반에는 이 만화가게에서 돈을 받고 TV도 보여줬다. 한 번에 10원인가 20원인가 내고 시간 맞춰 가면 TV에서 방영하던 '황금박쥐' '009' 등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다. 늘 이 돈을 내고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은 만화가게의 미닫이 문틈으로 몰래 들여다봤다. 그러다 주인에게 들키면 눈 앞에서 문이 쾅 닫히며 한 소리 들어야 했다. 당시로서는 TV가 워낙 비싸서 쉽게 사기 힘들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흑백 TV..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블루레이)

복날 개장수 이야기가 아니다. 김성호 감독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년)은 아이들 동화처럼 아기자기하면서도 훈훈한 이야기다. 내용은 집 없이 떠도는 엄마와 아이들이 안주할 집을 구하기 위해 부잣집의 개를 유괴해 갯값을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 과정에서 부잣집 재산을 노린 사람들의 음모가 드러나며 졸지에 개를 유괴한 아이들은 음모를 막는 정의의 사도들이 된다. 우선 이 작품은 원작이 훌륭하다. 제작진이 원작자와 직접 접촉해 최초로 영화화에 성공한 동명의 원작 소설은 미국의 작가 바바라 오코너가 썼다. 바바라 오코너는 아이들이 개를 훔치는 과정을 통해 재미와 유머를 제공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함께 담았다. 특히 이 작품에서 웃음을 주는 것은 역할이 바뀐 듯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