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12 14

매치스틱맨(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매치스틱맨'(Matchstick Men, 2003년)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영화다. 그럴듯한 작전을 세워 남의 돈을 가로채는 사기꾼 얘기를 다룬 이 작품은 에릭 가르시아의 책이 원작이다. 주인공은 파트너와 함께 오랜 세월 사기를 벌여 한 밑천 장만한 고참 사기꾼(니콜라스 케이지)이다. 워낙 꼼꼼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어지간한 사람들은 쉽게 속아 넘어간다. 단점이 있다면 더러운 것을 참지 못하는 강박증을 앓고 있다는 것. 약을 먹지 않으면 좀처럼 신경이 안정되지 않아 사기는 고사하고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런 그에게 오래전 이혼한 아내가 키우던 말괄량이 딸이 찾아온다. 그때부터 뜻하지 않게 아버지가 된 주인공의 일상이 뒤죽박죽 꼬이기 시작한다. 리..

종횡사해 (블루레이)

오우삼 감독의 '종횡사해'(縱橫四海, 1991년)는 유쾌한 도둑영화 중 하나다. '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잡'처럼 낭만적인 도둑들이 기발한 방법으로 물품을 훔친 뒤 이를 노린 악당들과 싸우는 이야기다. 유쾌한 도둑들 이야기의 특징은 중심에 돈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복수가 됐든 사랑이 됐든 다른 이유로 물건을 훔치고 부수적으로 돈이 따라 붙는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대해 면죄부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아울러 재미를 추구한다. 이 작품 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자가 낀 3인조 일당이 세계적인 명화를 훔치는 과정에서 음모에 휘말리고 급기야 동료를 잃는 비극을 겪는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 굴하지 않고 다시 뭉쳐 명화도 되찾고 악당을 응징한다..

피렌체의 시장

피렌체에서 둘러볼 만한 시장이 크게 3군데 있다. 우선 베키오 다리를 건너 시뇨리아 광장으로 향하다 보면 왼편쪽에 메르카토 누오보(mercato nuovo)라는 시장이 나온다. 언뜻보면 열주들이 늘어선 작은 사각형의 회랑이어서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도 있는데 이 곳은 분명 가죽시장이다. 다만 상점이 많지 않고 요란한 호객행위가 없어서 시장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메르카토 누오보의 명물 포르첼리노. 코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 때문에 사람들이 하도 문질러서 코 부분이 반들거린다.] 메르카토 누오보는 신 시장이라는 뜻. 이 곳은 주로 가죽제품을 많이 판다.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시장 입구에 놓인 황동 멧돼지상 때문이다. 포르첼리노(Porcellino)라는 부르는 이 멧돼지상은 피렌체를 통치..

여행 2017.12.03

에이리언 커버넌트(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 커버넌트'(Alien: Covenant, 2017년)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프로메테우스로 시작하는 프리퀄은 3부작으로 기획됐으며 그중 이 작품이 두 번째에 해당한다. 당연히 이야기는 '프로메테우스'와 이어지게 된다. 특히 '프로메테우스'에서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안드로이드가 이 작품에서도 등장하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프리퀄 시리즈를 연결하는 고리는 시원(始原)이다. 전작인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의 기원을 찾는 여정을 다뤘다면 이 작품에서는 에이리언의 기원에 집중한다. 과연 누가 에이리언을 창조했는지가 영화의 초점이다. 커버넌트호를 타고 우주 개척지를 향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