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12 14

로빈 훗(블루레이)

영국의 전설적인 의적 로빈 후드가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는 명확한 사료가 없다. 다만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거론됐고, 얼 허팅든 백작 등이 해당 인물로 거론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로빈 후드의 실존 여부보다 홍길동처럼 민중의 편에 선 영웅의 필요성이었다. 오랜 세월 왕과 귀족에 억눌려 살아온 영국의 민중들은 그들을 대신해 귀족이나 영주를 혼내주는 존재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영웅의 이야기는 각종 전설과 민담을 통해 과장되기 마련이다. 로빈 후드 역시 '로빈 후드의 모험' '아이반호' 등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하며 숱한 이야기로 변주됐다. 영화도 마찬가지. 더글라스 페어뱅크스 주연의 무성 영화를 비롯해 숀 코너리가 로빈 후드를 연기한 '로빈과 마리안', 러셀 크로..

피렌체의 맛집들

피렌체는 워낙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맛집들이 많다. 그 중에서 기억나는 곳을 몇 군데 꼽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부카 마리오(Buca Mario) 리조토랜드(레스토랑)이다. 산타마리아노벨라 대성당에서 가까운 이 곳은 피렌체를 여행한 방문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통 이태리 레스토랑이다. 1886년에 개업해 13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 식당은 10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하다. [피렌체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부카 마리오. 예약자들이 문 열기 전부터 모여들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 특이한 것은 토, 일요일 등 휴일에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주중에는 점심식사를 판매하지 않고 저녁메뉴만 제공한다. 저녁은 오후 7시3..

여행 2017.12.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블루레이)

어린 시절에 서부극 보는 재미를 가르쳐 준 두 사람이 있다. 하나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또 다른 하나는 배우 테렌스 힐이다. 둘 다 정통 서부극에서 비켜 선 스파게티 웨스턴 계열이지만 아메리칸 서부극이 줄 수 없는 재미를 줬다. 어린 시절에는 '하이 눈'의 진지함과 '역마차'의 웅장한 구도보다 오로지 무뚝뚝한 사내들의 현란한 총싸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황야의 무법자' 3부작을 통해 서부극이 얼마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장르인지를 알려줬고, 테렌스 힐은 '튜니티' 시리즈를 통해 서부극이 얼마나 웃기고 신나는 장르인지를 가르쳐줬다. 그런 느낌은 나만 가졌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후 미국 서부극들은 구로자와 아키라의 사무라이 영화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을 마구 섞은 잡..

더티 해리(블루레이)

'황야의 무법자'와 함께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라는 배우의 캐릭터를 만든 영화가 '더티 해리'(Dirty Harry, 1971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형사 해리 칼라한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캐릭터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지만 악당을 응징하기 위해 서슴치 않고 총을 꺼내 든다. 때로는 그 방법이 과격하고 지나쳐 경찰 내부에서 징계를 받기도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시원한 해결사다. 그런 점에서 보면 더티 해리는 공권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공권력의 무능과 한계를 조롱하고 뛰어넘는 역설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제작 당시 시대상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지 않나 싶다. 당시 베트남전에 휘말린 미국은 명분없는 전쟁으로 무수한 젊은이들이 낯선 땅에서 억울하게 죽..

베니스의 부라노섬

이탈리아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 즉 베니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들리는 섬이 있다. 무라노와 부라노(Burano)섬이다. 무라노는 입으로 유리를 불어 만드는 유리공예로 유명한 곳이고, 부라노는 손으로 직접 짜는 하늘하늘한 레이스로 유명하다. 그런데 부라노는 특산품인 레이스보다 알록달록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길거리의 화려한 집들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화려한 색깔로 거리를 물들인 부라노섬.] 마치 동화 속 한 페이지 같은 거리풍경은 아무렇게나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그림이 된다. 부라노를 가려면 베니스에서 수상 버스인 바포레토를 타야 한다. 리알토 다리를 건너 여객선 터미널 중 F.te Nove A에서 12번 바포레토가 부라노와 무라노를 모두 들른다. 비용은 왕복 15유로 정도. [날이 더워 그런지..

여행 2017.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