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9/01 13

용서받지 못한 자(4K 블루레이)

같은 제목의 영화가 여러 편이라 혼동하기 쉬운데,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 1992년)의 원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서부극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서부극이 갖고 있던 고유의 속성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우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연기한 주인공은 여느 서부극 속 영웅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정의나 복수를 위해 총을 빼든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돈벌이로 총질에 나선다. 하지만 눈 하나 깜빡 않고 속사 권총을 쏘아대던 스파게티 웨스턴의 무법자는 보이지 않고, 말타는 것 조차 힘겨워 하고 서툰 총질에 사람 죽이는 것을 불안해 하는 볼품 없는 노인만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해 이스트우드는 그를 유명하게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무법자 시리즈와 작별을 고했다. 기존 서부극의 전..

맨 오브 스틸 (4K 블루레이)

영화 '300'의 감독 잭 스나이더가 만든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 2013년)을 보면서 가장 눈에 설었던 것은 슈퍼맨의 복장이다. 오래도록 벗지 않았던 빨간 팬티가 사라졌기 때문. 파란색 기본 의상도 군회색의 중세 시대 미늘 갑옷처럼 변해서 탄탄한 근육질이 돋보였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가슴의 S자 문양과 붉은 망토. 새롭게 바뀐 복장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만큼 세련됐다. 하지만 영화 내용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 이 영화는 고향인 크립톤 행성의 붕괴를 피해 지구로 날아온 슈퍼맨이 양부모 밑에서 자라며 자신의 능력을 새롭게 발견, 의로운 일에 사용하는 동어반복적인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나온 1970년대 '슈퍼맨'부터 '슈퍼맨 리..

인터내셔널 (블루레이)

톰 티크베어 감독의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2009년)은 잘 만든 스릴러다.이 작품은 테러리스트나 반정부단체 등에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거나 돈세탁, 불법 자금을 대출해 주고 돈을 버는 다국적 은행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은행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싶은데 놀랍게도 실화다.실제 내용을 약간씩 바꾸고 액션을 가미했지만 기본 소재는 1991년 발생한 국제신용상업은행(BCCI)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파키스탄의 금융가 아베디가 세운 BCCI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지점을 두고 금융거래를 했다.이들은 정상적인 금융 거래 외에 독재자들에게 자금 세탁을 해주거나 반정부단체, 테러리스트들의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고 돈을 벌었다. 북한이 시리아에 판매한 스커드 미사일,..

패트리어트 늪속의 여우(4K 블루레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패트리어트 늪속의 여우'(The Patriot, 2000년)는 미국 독립전쟁 당시 활약했던 민병대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독립전쟁 당시 미국은 대부분 농부였던 민병대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 이들은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나 지리에 익숙한 이점을 살려 영국 정규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쳐 승리를 이끌었다. 영화는 이들에 초점을 맞춰 실존했던 인물과 전투를 기반으로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멜 깁슨이 연기한 주인공은 '늪속의 여우'로 알려진 실존 인물 프랜시스 매리언 이야기에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민병대 지도자였던 앤드류 피킨스 장군, 토마스 섬터 등의 이야기를 섞었다. 프랜시스 매리언은 민병대를 이끌며 게릴라 전술로 영국군과 싸움을 벌인 전설적인 인물. 하지만 영화 개봉 후..

얼라이드 (4K 블루레이)

스파이들끼리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007 시리즈에서 흔히 일어난다. 특히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영국과 구 소련의 스파이가 손을 맞잡고 악당을 해치우는 과정에서 사랑에 빠진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얼라이드'(Allied, 2016년)도 사랑에 빠진 첩보원들 이야기다. 배경은 제 2차 세계대전 때인 1940년대. 적진에 침투한 영국 특수부대원(브래드 피트)과 이를 돕기 위해 암약하는 레지스탕스 여성대원(마리옹 꼬띠아르)이 비밀 공작을 벌이던 중 사랑을 하게 된다. 무사히 작전을 마친 이들은 도저히 헤어질 수 없어 결국 부부가 된다. 그런데 정작 사건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아내의 정체를 놓고 영국 정보부와 남편은 피말리는 싸움을 하게 된다. 저메키스 감독은 이 과정을 군더더기없는 편집과 긴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