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남과 여(블루레이)

오래된 영화팬들은 남과 여라면 클로드 를루슈 감독이 1966년에 만든 걸작 '남과 여'(A Man And A Woman)를 우선 떠올린다. 무려 60여 년 전 작품인데 지금 다시 봐도 아름다운 영상과 아련한 음악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명작이다. 이윤기 감독도 를루슈 감독의 작품을 의식하고 '남과 여'(2015년)를 만들지 않았을까.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룬 점은 두 작품이 비슷하지만 기본적인 설정이 다르다. 클로드 를루슈와 이윤기의 '남과 여' 를루슈 감독의 작품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사는 남녀이지만 홀아비와 미망인이어서 심리적 제약은 없다. 반면 이윤기 감독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지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각 유부남 유부녀여서 물리적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커다란 심리적 제약을 갖고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4K 블루레이)

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확연하게 다른 점은 주인공의 무게감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았던 토비 맥과이어(Tobey Maguire)는 서민적인 외모에 영웅의 고뇌가 그대로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줬는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연을 맡은 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는 장난꾸러기 악동같은 느낌이 강하다. 왠지 더 가벼워보이고 장난스런 모습이 고뇌하는 영웅보다는 악당과의 싸움을 즐기는 만화적인 캐릭터에 가깝다. 그만큼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보다 무게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대신 이를 메워주는 것이 시원한 액션이다. 스파이더맨이 고층 건물에서 거미줄도 없이 뛰어내려 활공하는 장면을 보면 게임이나 익스트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4K 블루레이)

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마크 웹(Marc Webb) 감독이 만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The Amazing Spider-Man, 2012년)은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잊어도 좋을 만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다. 리부트라는 말이 맞을 만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만큼 이 시리즈는 달라진 것이 많은데, 이런 변화가 반가운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재앙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배우들이 대폭 바뀌면서 캐릭터의 성격도 크게 달라졌다. 레이미 감독의 시리즈가 삶에 지친 20대 청년의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면 웹 감독의 이번 시리즈는 고교를 갓 졸업한 10대 청소년(앤드류 가필드, Andrew Garfield)이 스파이더맨을 맡았다..

셜록 홈즈(4K 블루레이)

1887년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명탐정 셜록 홈스는 지금까지 숱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온전히 본래 모습을 지킨 적도 있고 새롭게 재창조된 경우도 있다.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2009년)는 새롭게 재창조된 셜록 홈스다. 시대 배경은 셜록 홈스가 활약한 1890년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이지만 주인공의 모습은 소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르다. 이 작품 속의 셜록 홈스는 액션 영웅에 가깝다. 가만히 앉아서 추리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범인 체포 현장에 뛰어들어 갈고닦은 무술 솜씨로 악당들과 싸움을 벌인다. 액션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안락의자형 탐정이라기보다는 007에 가깝다. 액션도 영춘권에 가까운 독특하게 고안한 무술을 사용..

악의 손길(블루레이, 감독판)

국내에서는 '검은 함정'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오손 웰스(Orson Welles) 감독의 흑백 영화 '악의 손길'(Touch Of Evil, 1958년)은 비운의 걸작이다. 자신의 연출력을 과신했던 오손 웰스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떨어져도 작품을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고른 작품이 이 작품이었다. 오손 웰스는 중요한 배역인 퀸란 형사를 맡는 조건으로 적은 보수만 받고 출연과 연출까지 했다. 당시 몇 년 간 유럽에 머물며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던 오손 웰스는 어떻게든 이 작품으로 할리우드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손 웰스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시나리오를 연출 현장에서 몇 번씩 다시 고쳐 썼다. 비운의 저주 받은 걸작 그렇게 해서 당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