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 에단 헌트는 후디니를 닮았다. 위대한 마술사였던 후디니는 불가능에 가까운 극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마술로 사람들을 사로 잡았다. 후디니는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깨며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마술의 신으로 군림했다. 에단 헌트도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며 이를 즐기는 후디니 같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만든 '미션 임파서블이번 시리즈도 예외가 아니다. 전작들에서 상하이의 높은 빌딩에서 뛰어 내리고 브루즈 칼리파 건물을 맨 몸으로 기어 오르더니, 이번 작품에서는 비밀 정보를 빼내기 위해 거대한 수조에 산소통 없이 뛰어들어 목숨을 건 작전을 펼친다. 그런가 하면 활주로에서 날아오르는 비행기에 맨 몸으로 매달려 아찔한 장면을 보여 준다. 더불어 이번 작품에서는 고속으..

영화 2015.08.08

암살

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에 유명한 어린이 잡지가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고 육영수가 1967년 창간한 '어깨동무'다. 20년 뒤인 1987년 종간됐는데, 당시 '소년중앙'과 더불어 꽤나 유명했던 어린이 잡지였다. 이 잡지에 연재된 만화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첩보원 36호'다. 1960년대 스포츠 만화로 유명했던 백산(본명 최일부)이 그린 이 만화는 일본 강점기 시절 임시정부의 첩보공작조 활약을 다뤘다.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백산이 선 굵은 필체로 그려낸 거친 사나이들의 활약이 어찌나 강렬했던 지 지금도 제목을 잊지 못한다. 이 작품은 원래 이이녕의 대하장편소설이 원작인데 소설보다 만화가 더 기억에 남는다. 2010년에 만화가 재간된 적이 있고 5권의 원작소설도 이후..

영화 2015.07.25

우먼 인 골드

재미와 감동을 주면서 메시지까지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 2015년)는 이 세 가지를 모두 해 낸 영화다. 무엇보다 영화는 실화만이 갖고 있는 진실의 울림이 크다. 영화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둘러싼 이야기를 추리소설처럼 따라갔다. 제 2 차 세계대전 때 오스트리아를 점령한 나치는 유대인 가문이 소유했던 이 그림을 강제로 빼앗았다. 종전 후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 그림을 돌려받아 벨베데레 박물관에 전시해 국보처럼 관리한다. 이후 전시재산 환수법이 통과되면서 옛 주인을 찾아주는 작업을 펼치는데, 이를 알게 된 원주인인 유대 가문의 노부인이 그림을 되찾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정부가 호락호락 내줄리는 만..

영화 2015.07.24

쓰리 썸머 나잇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을 아주 재미있게 봐서 그가 새로 만든 '쓰리 썸머 나잇'도 기대를 했다. 그런데 너무 실망스러웠다. 억지 설정과 1970년대식 슬랩스틱 코미디로 일관하는 이야기는 자연스런 웃음을 끌어내지 못한다. 내용은 세 친구가 느닷없이 부산으로 내려가 마약밀매조직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무엇보다 우연의 반복이라는 짜맞추시긱 설정부터가 이야기의 전개를 억지스럽게 만든다. 세 청년과 마약밀매조직 두목 악당의 인연, 여기 끼어든 여인의 과거사 등이 매끄럽지 못하다. 세상에 그런 인연이 없으리란 법은 없겠지만 왜 하필 그런 인간들만 해운대 모래사장에 모여들었는 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억지 구성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곳곳에서 이야기의 얼개가 삐걱거리고 심지어..

영화 2015.07.18

손님

김광태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손님'(2015년)은 우리에게 익숙한 독일 우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모태로 했다. 6.25 전쟁 직후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악사(류승룡)가 산골 외딴 마을에서 겪게 되는 괴이한 이야기를 다뤘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이야기가 어찌 흐를 지 뻔히 짐작이 간다. 마을을 습격한 쥐떼와 악사가 나서서 이들을 퇴치한 뒤 전개되는 내용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로 승부를 걸려면 결국 남는 것은 볼거리 뿐이다. 그래서 김감독은 간간히 집어 넣은 유머 코드와 영화 '이끼'를 연상케 하는 괴이한 분위기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어설픈 유머는 그다지 파괴적이지 않고 괴이한 분위기는 '이끼'와 너무 닮았다. 마을을 지배하는 위압적인 촌장과..

영화 201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