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쥬라기 월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쥬라기공원'은 마이클 클라이튼의 훌륭한 원작에 힘입어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줬다. 그때까지 막연하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영화 아니면 실감나게 공룡을 그린 작품이 드물었는데, 이 영화는 마치 동물원에서 보는 동물들처럼 실감나게 공룡을 그렸다. 이야기 구성도 뛰어났고 보는 사람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연출도 훌륭했다. 그렇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1편과 2편에서 랩터를 공포스런 존재로 부각시키고 티라노 사우루스를 영웅으로 만들며 공룡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그러니 3편 이후 나오는 작품들이 어지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전작들을 뛰어 넘기 힘들다.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의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 2015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탐욕이 ..

영화 2015.06.13

스파이

자고로 영화 속 스파이는 두 종류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나 '0011' 나폴레옹 솔로, '킹스맨' 같은 댄디한 부류와 '오스틴 파워'나 '자니 잉글리쉬' 처럼 작정하고 코미디로 접근한 어설픈 부류들이다. 굳이 폴 페이그 감독의 '스파이'(Spy, 2015년)를 여기 맞춰 분류하자면 후자에 가깝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주인공인 스파이가 여자(멜리사 맥카시)다. 그것도 미인계를 구사하는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가 아니라 날렵함과는 거리가 먼 육중한 몸매를 가진 아줌마 같은 스타일이다. 여기에 이 작품이 의도한 기존 스파이물의 고정 관념을 뒤집어 엎는 가치의 전복이 있다. 결코 세련되고 잘 생기고 빼어난 미인만 세계를 구하고 인류의 평화를 지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영화 2015.06.05

투모로우랜드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주말이면 빼놓지 않고 봤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매번 다른 에피소드의 극영화들을 소개하던 '디즈니랜드'였다. 때로는 현실세계의 미담을, 때로는 공상과학이나 동화같은 이야기를 펼쳐놓던 '디즈니랜드'는 동화책과 더불어 동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어려서 봤던 '디즈니랜드'를 영화로 옮긴다면 아마도 브래드 버드 감독의 '투모로우랜드'(Tomorrowland, 2015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디즈니가 제작한 이 영화는 우리가 아는 기이한 이야기와 환상과 동화가 적당히 섞인 현대판 판타지 같다. '백 투 더 퓨처'처럼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미래에서 온 존재들이 세상을 구원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LA에 있는 디즈니랜드의 풍경과 어려서 상상했던 미래의 신기한 모습들이 적당히 섞여 ..

영화 2015.05.30

매드 맥스

1980년대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이 흥행하던 시절 꼭 봐야 하는 목록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였다. 일약 무명의 호주 청년 두 사람, 즉 밀러 감독과 멜 깁슨을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이 시리즈는 3부작으로 국내에 선보였다. 극장에서 먼저 본 것은 가장 떨어진다는 티나 터너 출연작인 3부였는데 1,2편을 보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비디오테이프로 1,2편을 빌려보니 왜 3편이 졸작이란 소리를 들었는 지 알 만 했다. 그만큼 1,2편은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캐릭터도 독특했으며 자동차 추격전을 긴장감 넘치게 연출했다. 실로 오랜만에 조지 밀러 감독이 다시 만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 2015년)는 매드 맥스 시리즈..

영화 2015.05.22

차이나타운

한준희 감독의 데뷔작 '차이나타운'(2015년)은 아주 '쎈' 영화다. 사방팔방 피가 튀는 사채업자들의 장기매매를 다룬 잔인무도한 이야기는 이보다 더한 막장이 없다. 장기매매는 '아저씨'나 '공모자들' 등 익히 우리 영화에 흔하게 등장했던 소재이지만, 이 영화는 그 과정을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섬뜩하게 그렸다. 특히 그 중심에 여자들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범죄 영화에서 여자들은 주로 희생자 아니면 종범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여성들은 마치 여왕벌처럼 악의 중심에 서 있다. 무엇보다 관록의 여왕벌과 떠오르는 여왕벌의 녹록찮은 대결을 그럴 듯 하게 묘사한 배우들의 힘이 컸다. 얼굴 가득 주근깨 분장을 하고 짧게 자른 머리를 희끗희끗하게 염색한 김혜수는 마치 '대부'의 말론 브란도처럼 이전 영화들과 또다..

영화 201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