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http://wolfpack.tistory.com/entry/록키-DE)의 록키 발보아와 '분노의 주먹'(http://wolfpack.tistory.com/entry/분노의-주먹-SE)의 제이크 라모타는 실베스터 스탤론과 로버트 드 니로를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두 배우가 자신들을 유명하게 만든 캐릭터를 제대로 비틀었다.
피터 시걸 감독의 '그루지 매치'(Grudge Match, 2013년)는 록키와 라모타의 권투 대결을 다룬 스포츠 코미디다.
실명 그대로 등장하지 않지만 두 배우의 설정과 장면들은 누가 봐도 록키와 라모타이다.
지난 4월 터키행 비행기에서 처음 봤는데, 큰 웃음이 터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원작을 슬쩍 슬쩍 비튼 장면들이 나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만큼 원작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내용은 과거의 분노를 안고 있는 두 복서가 나이 먹고 재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다.
이 와중에 여자에 얽힌 사연, 자식과의 갈등, 오래된 친구와의 우정 등이 밑반찬처럼 깔린다.
록키와 라모타 외에 유명한 스포츠 프로모터였던 돈 킹, 록키의 스승이었던 믹키, 록키의 부인이었던 애드리안 등 주변 인물들도 풍자했다.
그동안 록키 시리즈는 록키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뒤에 홀로 남겨져 외로움을 느껴야 했던 애드리안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애드리안이 숙적과 바람을 피우는 설정으로 시원하게 록키한테 복수를 했다.
스탤론과 드니로 외에 킴 베이싱어, 케빈 하트, 앨런 아킨 등 화려한 조연들이 등장하고 마이크 타이슨, 에반더 홀리필드 등 전 세계헤비급 복싱챔피언들도 잠깐 등장해 깜짝 재미를 준다.
이제는 늙어버린 역전의 용사들의 싸움은 코믹하면서도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해 가슴이 짠하다.
"아직 죽지 않았어. 요즘처럼 살아 있다는 것을 느껴볼 때가 없다"는 대사가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해서 보여준다.
록키 및 라모타와 함께 흘러간 속절없는 세월을 보여준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좋다.
색감이 좋고 물로 씻은 듯 영상이 말끔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역시 무난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비하인드씬, 타이슨과 홀리필드 장면, 래리 홈즈의 조언과 추가 오프닝 및 엔딩, 삭제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케빈 하트가 연기한 단테의 아버지로 나온 프로모터는 누가봐도 돈 킹을 풍자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만담가로 변신한 제이크 라모타를 연상케 하는 장면.
밥 살레가 두 배우에게 권투 연습을 시켰다.
'록키'와 '분노의 주먹'은 모두 아카데미상을 받은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을 받은 두 작품의 격돌이기도 하다.
'록키'에서 유명한 6개의 날달걀을 깨서 마시는 장면을 패러디. 앨런 아킨은 귀에 보청기를 꽂은 믹키 모습을 그대로 흉내냈다.
마이크 타이슨은 현역 복서 시절 커다란 망치로 타이어를 때리는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다음날 어깨가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기를 치려고? 하지마, 비위생적이야." '록키'에서 유명한 냉동창고 연습장면을 비꼰 장면.
비행기에서 뛰어 내리는 장면은 블루스크린 촬영을 했다.
원래 제작진은 단테를 나이든 역할로 설정했다가 웃음을 위해 젊은 역할로 바꿨다.
극 중 수영장에 들어가 물 속에서 펀치 훈련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많은 복서들이 물 속에서 스피드를 기르기 위해 펀치 훈련을 한다.
에반더 홀리필드에 따르면 상대였던 조지 포먼이 실제로 트럭을 끌며 훈련을 하는 장면을 봤다고 한다. 극 중 스탤론이 끄는 트럭은 그가 출연한 영화 '오버 더 톱'에 나오는 링컨 호크와 같은 로드 호크 트럭이다.
막판 대결 장면은 1, 2, 10라운드를 실제 경기처럼 찍었다. 이를 위해 HBO카메라맨들과 경기 중계용 조명들이 동원됐다.
감독은 원래 장면 중간 중간 앙숙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집어 넣을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젊은 시절 킴 베이싱어로 나오는 아일랜드 볼드윈은 알렉 볼드윈과 킴 베이싱어의 딸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데뷔했다.
감독은 전 세계헤비급 복싱챔피언 래리 홈즈를 촬영장에 초대해 자문을 구했다. 알리의 스파링파트너로 권투를 시작한 홈즈는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알리를 이기고 챔피언이 됐다. 그는 69승 6패 기록으로 2002년 은퇴했다.
마이크 타이슨과 시합도중 그에게 귀를 물어뜯긴 에반더 홀리필드가 함께 깜짝 출연. 감독은 원래 각각의 상대가 이기는 장면과 무승부로 비기는 장면 등 3가지 엔딩을 찍었다. 영화 결말과 달리 감독은 무승부를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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