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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블루레이)

울프팩 2018. 4. 30. 18:22

츠키카와 쇼 감독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년)는 무시무시한 제목과 달리 달달하면서도 가슴 아픈 연애담이다.

스미노 요루가 쓴 유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불치병에 걸린 소녀가 한 소년과 가까워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뤘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두 사람이 화선지에 물이 스며들듯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슬픈 이야기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자꾸만 1970년대 하이틴 로맨스 영화들이 생각난다.

 

이덕화 임예진이 주연했던 '진짜 진짜 잊지마'(1976년)와 혜은이의 노래로 유명한 '진짜 진짜 좋아해' 등 '진짜 진짜' 시리즈는 1970년대 유명한 순애보 영화들이다.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던 어느 한쪽의 죽음으로 끝나면서 사랑이 비극으로 마감한다.

 

이 영화 또한 기본적인 맥락이나 구성이 1970년대 '진짜 진짜' 시리즈와 비슷하다.

비록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다르고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성격이 차이나지만 기본적으로 순애보에 대한 애틋한 설정은 동일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게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예일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이런 내용들을 토대로 만든 영화들은 결국 배우와 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관객들은 비극을 예감하고 눈물 콧물을 뺄 준비를 하고 있으니 이야기가 아닌 다른 부분으로 차별화를 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도 하마베 미나미, 키타쿠라 타쿠미 등 일본의 인기스타들을 섭외하고 그림엽서처럼 고운 영상로 승부를 걸었다.

일부 장면들은 포토숍 처리를 과하게 한 영상처럼 지나치게 파스텔톤이 강조된 면이 있지만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려 보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일본의 특기인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들은 '4월 이야기' 만큼은 아니지만 예쁘다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곱다.

1970년대 하이틴 로맨스 같은 순애보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새로울 게 없는 작품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달달하면서도 슬픈 일본판 로맨스에 적당히 취해볼 수 있는 영화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일본 타이틀 특유의 뿌연 영상이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샤프니스가 예리해 선명도는 높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리어 채널은 간간히 활용하지만 어느 방향에서 소리가 울리는지 방향감은 뚜렷하다.

 

부록으로 배우 흥행 감사, CGV 인사, 버킷리스트와 수능 응원 메시지, 30만 돌파 축하인사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볼 만한 내용이 별로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영상들>

여주인공을 연기한 하마베 미나미.

고교 도서관으로 나온 건물 외관은 시가대학 경제학부 강당이다.

남학생이 자라서 성인이 된 후의 모습은 오구리 슌이 연기. '춤추는 대수사선' '크로우즈' '소녀 검객 아즈미' 시리즈 등에 나온 그는 '캡틴 하록' 극장판에서 하록 선장 목소리를 연기했다.

일본에서 유명한 디저트 뷔페인 스위트 파라다이스도 등장. 일정 가격을 지불하면 가격대에 따라 원하는 음식을 다양하게 골라 먹을 수 있다.

하이틴 로맨스답게 호텔에 함께 투숙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야릇한 분위기만 연출할 뿐 그 흔한 키스 장면조차 없다.

여주인공의 버킷리스트에 따라 함께 여행 가는 장면은 교토, 후쿠오카, 후쿠이, 시가 등지에서 촬영.

남학생 역할은 일본 록밴드 DISH의 멤버이자 배우인 키타쿠라 타구미가 맡았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이 역할을 따냈다고 한다.

2015년 출간된 스미노 요루의 원작 소설은 일본에서 250만 부 이상 팔렸다.

주제가 '히마와리'는 일본의 유명 밴드인 미스터 칠드런이 불렀다.

교토 후시미의 명물인 만남의 다리도 등장.

여주인공의 친구가 성인이 된 모습은 키타카와 케이코가 연기.

원작 소설에는 등장인물들이 12년 후 성인이 된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성인이 된 모습을 끼워 넣어 과거의 이야기와 수수께끼를 쫓아가는 형태로 구성했다.

극 중 등장하는 호텔 방 장면은 후쿠오카에 있는 힐튼 후쿠오카 시호크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찍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1Disc) : 블루레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1Di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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