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 2015년)는 마리아 알트만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름인 마리아 알트만은 '키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등의 그림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관련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찬란한 황금빛 색채로 여인을 그려 각종 상품들에 그림이 쓰이는 인기 있는 화가다.
그의 그림 중 '키스'와 더불어 널리 알려진 작품이 바로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즉 '우먼 인 골드'다.
기름한 얼굴의 여인이 목에 빛나는 목걸이를 한 채 황금빛 옷을 입고 있는 이 그림은 아주 오래도록 '우먼 인 골드'라는 작품명으로 알려져 왔다.
이유는 오랜 세월 이 작품을 강탈한 나치 독일이 주인을 감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빈(비엔나)에서 설탕회사를 운영하던 구스타프 테레즈와 그의 형제 페르디난트의 소유였다.
그림의 주인공은 바로 페르디난트의 부인이었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다.
클림트에게 여러 작품을 주문했던 테레즈 형제는 아델레를 소재로 한 그림도 몇 점 의뢰했다.
그중의 하나가 이 작품이었는데 1938년 나치 독일이 강제로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뒤 빈에 진주하면서 이 작품을 빼앗아갔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테레즈 형제가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나치 독일은 그림을 빼앗은 뒤 초상화 속 여인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제목을 '우먼 인 골드'로 바꿨다.
멋대로 테레즈 형제의 집을 차지한 나치 독일은 미술품과 보석, 장신구 등 귀중품뿐 아니라 설탕회사도 강탈했다.
그런 압제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을 직감한 구스타프는 갓 결혼한 딸을 미국으로 탈출시켰다.
바로 그 딸이 마리아 알트만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치 독일이 패망했지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나치 독일이 소유했던 이 그림을 벨베데레 미술관에 그대로 걸어뒀다.
제목 또한 나치 독일이 붙인 '우먼 인 골드'를 그대로 사용했다.
전후 나치 독일이 강탈한 예술품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한 운동이 일어났지만 오스트리아는 '빈의 모나리자'로 통하던 이 그림을 변함없이 갖고 있었다.
결국 마리아 알트만은 오랜 세월 법정 싸움을 통해 이 작품을 돌려받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알트만은 미국으로 이 그림을 가져온 뒤 유명한 화장품 재벌 로널드 로더에게 약 1,500억 원을 받고 팔았다.
대신 항상 공공장소에 전시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지금 이 그림은 로더가 운영하는 뉴욕의 노이에 갤러리에 걸려 있다.
커티스 감독은 이런 실화를 토대로 영화로 옮겼는데, 되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긴장감 있게 영상을 구성했다.
특히 나치 독일 치하에서 유대인 박해를 견디지 못하고 마리아 알트만이 탈출하는 과정이 아슬아슬하다.
더불어 힘없는 노파가 한 나라를 상대로 그림을 되찾는 과정, 승산 없는 싸움에 뛰어든 쇤베르크 변호사의 패기와 용기, 집념 등이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커티스 감독은 인물들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도록 연출을 잘했다.
헬렌 미렌과 오랜만에 진지한 연기를 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도 좋았다.
더불어 심심찮게 등장하는 빈의 풍경과 클림트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등장인물들과 함께 마치 빈 여행을 한 듯한 느낌이다.
클림트의 이 작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진지하게 볼 만한 작품으로, 실화가 주는 무게감이 대단한 영화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르뤠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은은한 느낌이 드는 탈색된 듯한 색감을 잘 살렸고 윤곽선 또한 깔끔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각 채널별 효과음 안배가 잘 돼서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부록으로 사이먼 커티스 감독과 데이비드 톰슨 프로듀서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노이에 갤러리의 뉴욕 기자회견, 클림트 그림 관련 다큐 예고편 등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모두 한글 자막이 들어 있으며, 제작과정과 노이에 갤러리의 뉴욕 기자회견 영상은 HD로 수록됐다.
참고로, 영화 본편의 일부 한글 자막에 오자가 있다.
출시 전 좀 더 세심한 감수가 필요한 부분인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를 연기한 안체 트라우. 실제 인물과 흡사하다. 감독은 마리아의 이야기를 다룬 BBC 다큐를 보고 영화화를 결심했다.
마리아 알트만의 부모였던 구스타프와 테레즈, 그의 삼촌이었던 페르디난트는 함께 설탕회사를 운영했다. 페르디난트의 부인이었던 아델레는 아이가 없었다.
마리아 알트만이 그림을 되찾는데 큰 공헌을 한 또 한 명의 인물은 고인이 된 오스트리아 기자 유베르투스 체르닌이다. 다니엘 브륄이 연기한 체르닌은 여러 그림의 숨겨진 소유권을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
마리아 알트만이 신혼 때까지 살았던 아버지 구스타프의 집에 이 영화의 소재가 된 클림트 그림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 걸려 있었다.
마리아 알트만은 오페라 가수 프리츠와 결혼했다. 그는 빈을 탈출하기 전 나치에 체포돼 다하우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프랑스로 탈출한 형이 운이 운영하던 회사 소유권을 나치에게 주고 풀려났다.
오스트리아 빈의 벨베데레 미술관.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궁전이라는 뜻의 벨베데레는 오이겐 왕자의 여름궁전이었다. 나중에 미술관으로 바뀌었고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그림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림 속 주인공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는 1925년 뇌수막염에 걸려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이 그림 속 목걸이는 남편 페르디난트가 준 결혼선물이었다.
오스트리아는 1938년 나치 독일과 합병을 국민투표로 결정했다. 마리아 알트만은 "합병 당시 오스트리아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며 거리로 나와 환호하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라고 기억했다.
마리아 알트만은 이 그림을 돌려받기까지 7년간 소송을 벌였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아직도 10만 점 가량의 예술품이 환수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심지어 작품이 어디에 보관됐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영화 제작 당시 마리아는 이미 고인이 됐다. 그는 2011년 94세 나이로 사망했다.
비엔나에 위치한 유대인 홀로코스트 기념관. 마리아 알트만의 변호사였던 랜달 쇤베르크는 유명한 작곡가 아널드 쇤베르크의 손자다.
마리아 알트만을 연기한 헬렌 미렌.
판사 역할을 한 엘리자베스 맥거핀은 감독의 부인이다.
제작진은 원래 알트만의 변호사 역할로 앤드류 가필드를 고려했다. 그러나 가필드가 고사했다.
클림트의 그림은 나치가 강탈한 지 68년 만에 주인인 마리아에게 돌아갔다.
마리아의 아버지 구스타프 블로흐 바우어는 게슈타포에게 연행된 지 두 주 만에 사망했다. 마리아 알트만이 결혼 선물로 받았던 아델레의 목걸이는 나중에 나치의 헤르만 괴링 아내가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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