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가 공동 감독한 '델리카트슨 사람들'(Delicatessen, 1991년)은 기괴하면서도 기발한 영화다.

식인 문화부터 뚜렷하게 드러나는 계급 간 갈등 및 로맨스와 권력의 무상함을 꼬집는 냉소와 풍자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버무려 놓았다.

 

내용은 미래인지 과거인지 시대 가늠이 힘든 시절, 과거에 곡예사로 일했던 남자가 어느 정육점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식량을 구입하기 쉽지 않은 시절, 정육점은 종종 건물 주민들에게 고기를 공급한다.

 

그때마다 건물 세입자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정육점 주인은 딱 보기에도 백정처럼 우락부락한 느낌이 나는 거한이다.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다 보니 사실상 건물의 권력자다.

건물 주민들은 그에게 잘 보여야 더 많은 고기를 살 수 있다.

 

푸주한 또한 이를 적절히 이용해 사람들에게서 필요한 것들을 취한다.

푸주한을 중심으로 한 권력 구조의 형성, 즉 정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만큼 푸주한은 독재자처럼 자기 통제를 벗어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점원으로 들어온 떠돌이와 딸이 사랑에 빠지자 불 같이 노한다.

 

떠돌이와 사랑에 빠진 딸은 무서운 아버지한테 꼼짝 못 하면서도 애인을 지키기 위해 무서운 지하세계 사람들에게 접근하다.

이 과정은 뜻하지 않게 최고 권력자에 대한 반발과 저항으로 이어지며 가치 전복, 즉 혁명이 움트게 된다.

 

여기에 동조하는 것은 건물의 지하에 사는 소위 땅 밑 사람들이다.

음습하고 축축한 지하 세계에서 콩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땅 위에 사람들이 보기에 테러리스트다.

 

그런 그들이 지상에 사는 권력자에게 도전하는 것은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등 역사에서 숱하게 되풀이된 혁명의 축소판이다.

그렇다고 감독은 그 과정을 시종 정치적으로 무겁고 진지하며 비판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혁명의 완성은 뜻밖에도 권력자인 정육점 주인의 손에 의해 이뤄진다.

막판 그가 던진 부메랑 같은 칼날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우습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어쩌면 황당한 결말은 장 피에르 주네의 세상을 향한 시선, 권력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일 수 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만드는 결말을 통해 권력의 허무함을 새삼 보게 된다.

 

그렇다고 장 피에르 주네와 카로가 마냥 정치적인 감독들은 아니다.

행간에 읽히는 메시지보다 눈에 보이는 유쾌한 에피소드와 달달한 사랑이야기에 더 무게를 둔다.

 

그 바람에 이 기이하고 무섭고 어두운 영화를 보며 즐겁게 웃을 수 있다.

그래서 장 피에르 주네를 세상에 알린 이 영화는 기괴하면서 기발하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초반 장면은 입자가 거칠고 미세하게 떨리기까지 한다.

 

뒤로 갈수록 안정되지만 중경과 원경이 디테일이 떨어진다.

클로즈업 화질은 괜찮다.

 

음향은 DTS HD MA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각본과 캐스팅 및 촬영 등에 대한 설명, 배우들의 오디션 영상 등이 들어 있다.

 

감독의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한글 자막이 들어 있으며 일부 부록은 HD 화질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정육점 주인을 연기한 장 클로드 드레퓌스. 제작진은 이 작품의 내용이 어둡고 기괴하며 스타 배우도 없다 보니 투자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델리카트슨 정육점이 있는 건물은 팡탱에 있는 오래된 공장을 개조해 세트로 활용했다.

베아트리체 달 등 배우들도 부정적 내용 때문에 출연을 고사했다.

왜소한 도미니크 피뇽은 처음에 다른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주네 감독의 제의로 주연을 맡았다.

주네 감독은 원래 ASA 80의 낮은 감도 필름으로 찍어야 했는데 고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ASA 100 필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촬영은 유명한 다리우스 콘지가 맡았다. 그는 주네 감독의 요구대로 조명을 밝히고 필터를 사용해 영상에 색감을 더 입혔다. 경우에 따라 그런 처리가 탈색된 듯한 효과를 내기도 했다.

주네 감독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서부극 영상을 많이 참고했다. 푸주한의 발이 커다랗게 나온 장면은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발이 커다랗게 잡힌 장면을 인용했다.

콘지 촬영감독은 에드워드 호퍼, 윈슬로 호머, 조지 벨로스, 마틴 루이스 등이 그린 그림을 참고해 색감을 설정했다.

콘지 촬영감독은 아리플렉스에서 만든 바리콘이라는 장치와 컬러 필터를 사용해 그림자에 녹색 등 색깔을 입혔다.

기괴한 이야기의 대본은 만화가 질 아드리안이 썼다.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은 식인 정육점 아이디어를 과거 정육점 위에 붙어 있던 아파트에 살 때 얻었다. 그는 당시 아침 7시면 정육점 주인이 칼 가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주네 감독은 1988년 미국으로 휴가를 가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당시 미국 호텔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서 "마치 사람고기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는데, 여기서 모티브를 얻게 됐다.

세트는 사진작가 로베르 드와노의 작품과 테리 길리엄 감독의 영화 '여인의 음모'에서 영감을 얻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델리카트슨 사람들 (HD 리마스터링)
델리카트슨 사람들 (일반판)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Posted by 울프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