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디즈니와 합친 픽사 스튜디오는 컴퓨터 그래픽의 예술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그 시작이 '토이 스토리'였다.


픽사를 만든 존 라세터 감독의 토이스토리는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즉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을 수 있는 분야인지를 실증한 작품이다.

그리고 전작의 콤비인 존 라세터와 앤드류 스탠톤이 공동 감독한 '벅스 라이프'(A Bug's Life, 1998년)는 토이 스토리의 성공이 어쩌다 우연히 터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 두 번째 작품이다.


벅스 라이프는 곤충들의 세계를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했다.

못된 메뚜기떼에게 조공을 받치며 살아가던 개미들이 메뚜기들의 학정을 견디다 못해 외부에서 일종의 용병 같은 다른 곤충들의 힘을 빌려 자유를 찾는 내용이다.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다양한 곤충들의 캐릭터를 유머러스하게 잘 살린 점이다.

개미, 메뚜기, 딱정벌레, 나비, 벼룩 등 갖가지 곤충들의 특징을 잘 잡아서 감정이입이 가능하도록 개성 강한 캐릭터로 발전시켰다.


여기에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살려 곤충들의 화려한 면면을 화사한 색감으로 잘 살렸다.

특히 권선징악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줄거리를 통해 가족의 우애와 사랑, 평화를 강조하는 디즈니 류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부각됐다.


그만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기 좋다.

물론 컴퓨터 그래픽이 요즘 작품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


새의 깃털 등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띄지만 작품의 분위기를 해칠만큼 크게 흠이 되지는 않는다.

독특한 점은 이 작품 속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작품이다.


언뜻 보면 이 작품은 약자와 강자의 이분법적 대결 구도로 보이지만 사실 이 작품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1954년에 만든 '7인의 사무라이'의 기본 뼈대를 차용했다.

7인의 사무라이에서 도적떼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는 농부들은 이 작품에서 개미로, 농부들을 등치는 도적떼는 메뚜기떼로 등치 된다.


또 농부들이 고용하는 용병인 사무라이들은 이 작품에서 곤충 서커스단에 해당한다.

그리고 악당들을 물리치는 방법은 7인의 사무라이와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얼개인 농부들이 힘을 합쳐 악을 물리치는 공동체의 정의와 단결이 개미들의 싸움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비록 기본 플롯은 7인의 사무라이에서 가져왔지만 이를 이색적인 곤충 캐릭터로 치환해 미국식 유머를 곁들여 만든 것은 전적으로 존 라세터와 픽사의 힘이다.

그 작업이 어찌나 자연스럽게 잘됐는지, 7인의 사무라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점은 이 작품의 블루레이 타이틀이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점이다.

미국에서 나온 블루레이 타이틀은 한글 자막이 들어있지 않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미국판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색감이 화사하고 조명이 부드러우며 칼 같은 윤곽선을 자랑한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괜찮은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리어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바람 소리 등을 들어보면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좋다.


저음도 풍성하며 부드러운 편.

미국판 블루레이 타이틀은 블루레이 디스크 1장과 DVD 디스크 1장 등 두 장으로 구성된 만큼 감독 음성해설과 제작과정을 포함해 다양한 부록이 들어 있다.


기존 DVD 타이틀에 들어 있던 여러 부록과 함께 블루레이 독점 부록도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에 무리와 길이 끊겨 당황하는 개미의 에피소드는 배설물 냄새로 길을 찾는 개미의 습성을 보여준다.

메뚜기떼의 두목 목소리는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맡았다.

배우나 성우들이 먼저 목소리를 녹음하고 이후에 아티스트들이 영상을 만들었다.

뉴욕의 타임스퀘어를 연상케 하는 곤충들의 번화가 장면. 존 라세터와 앤드류 스탠턴 공동감독은 모기들의 대화 장면에서 카메오로 목소리 연기를 했다.

이 작품이 개봉할 무렵 공교롭게 곤충을 소재로 다룬 또 다른 애니메이션이 개봉했다. 바로 제프리 카젠버그의 드림웍스가 만든 '개미'다.

'개미'는 이 작품보다 한 달 먼저 개봉했으나 흥행 성적은 이 작품이 더 좋았다.

개미들을 통해 협동과 단결 등 공동체적 정신을 강조했다.

존 라세터는 처음에 메뚜기 하퍼의 목소리 역할로 로버트 드니로를 원했다. 그러나 드니로가 여러 번 거절했다.

제작진은 작은 막대에 초소형 카메라를 연결한 버그 캠을 만들어서 개미들의 움직임을 촬영해 작품 제작에 활용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 수록된 부록을 보면 당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도 등장한다.

픽사 작품 중 처음으로 배우들의 NG 장면을 흉내 낸 영상이 엔딩 크레디트에 실렸다.

A Bug's Life (벅스라이프) (한글무자막)(Two-Disc Blu-ray/DVD Combo)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Bug's Life (벅스 라이프)(한글무자막)(Blu-ray)
예스24 | 애드온2
Posted by 울프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