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언크리치 감독의 애니메이션 '코코'(Coco, 2017년)는 디즈니 작품 치고는 독특하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산 자와 죽은 자들의 세계를 다뤘다.
보통 사후세계라면 어둡고 음산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인데, 이 작품이 다룬 사후세계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
오히려 생활고에 찌든 산 자들의 세계보다 먹고 살 걱정이 없어 그런지 더 화사하다.
사후세계를 이렇게 묘사한 것은 멕시코의 전통 풍습에 기인한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전통인 '죽은 자들의 날'에서 소재를 빌려왔다.
죽은 자들의 날은 매년 10월 31일에서 11월 2일까지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는 멕시코의 명절이다.
이 기간에 사람들은 묘지를 찾아가 꽃과 등불로 장식을 한 채 음식을 먹으며 죽은 사람들을 추억한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때 죽은 자들의 영혼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어찌 보면 명절에 차례를 지내며 조상들의 영혼이 다녀가기를 기원하는 우리네 풍습과 닮았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음악을 좋아하는 소년과 그의 가족을 통해 이 같은 전통을 알린다.
주인공 소년은 음악을 반대하는 가풍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가수가 되기 위해 집을 뛰쳐나갔다가 뜻하지 않게 사후세계로 올라간다.
사후세계에서 조상들의 비밀을 알게 된 소년은 위기에 빠진 조상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를 적절한 음악과 호화로운 영상으로 포장해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실제 멕시코를 여러 번 다녀온 제작진은 작품 속 배경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강아지까지 멕시코의 것들과 똑같이 묘사했다.
특히 사후세계에서 만나는 해골들은 프리다 칼로 등 멕시코의 유명인들이 금방 떠오르도록 특징을 잘 묘사했다.
압권은 사후세계를 조망한 풍경.
산 자들의 세상과 죽은 자들의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부터 하늘의 떠있는 공중도시처럼 표현한 죽은 자들의 세상은 화려한 도시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가족애를 강조하는 것은 디즈니 작품에서 항상 되풀이되는 주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리지 않고 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를 흥미롭게 구성하고 영상을 빼어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삼 디즈니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최신작답게 아주 좋다.
캐릭터들을 칼 같은 윤곽선으로 깔끔하게 표현했고 화사한 색상이 영롱하게 잘 살아 있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채널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부록으로 감독과 공동연출 및 각본을 쓴 애드리언 몰리나, 제작자 다라 앤더슨의 음성해설, 제작진의 가족 이야기, 단테 제작기, 해골 그리기, 환상의 축제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멕시코에서도 제단을 마련해 놓고 죽은 자를 기리는 풍습이 있다.
초반 인트로 장면은 멕시코의 전통 종이 공예인 파펠 피카도 기법을 이용했다. 구멍 뚫린 종이라는 뜻의 파펠피카도는 종이를 오려내 그림을 만드는 방법이다.
단테라는 개는 멕시코의 토종견인 숄로이츠퀸틀을 그대로 그렸다. 아즈텍과 잉카시대에도 있었던 이 개는 유전적인 이유로 털이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열을 쉽게 발산한다.
리 언크리치 감독은 '몬스터 주식회사'와 '토이스토리 3'를 감독했다.
'인사이드 아웃'에도 참여했던 조명 담당 조성연, '인사이드 아웃'의 시각효과 담당이었던 장호석, '도리를 찾아서' 등에 참여한 레이아웃 담당 김성영 등 한국인 스태프도 이 작품에 참여했다.
제작진은 기타 지판에 고프로 카메라를 달아 기타리스트의 운지법을 촬영한 뒤 똑같이 따라서 그렸다.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마리골드 다리. 금잔화라고 하는 마리골드는 멕시코가 원산지다. 멕시코에서는 죽은 자의 날에 영혼이 가족들을 찾아올 수 있도록 이 꽃을 뿌린다.
화려한 저승 세계는 멕시코의 도시 과나후아토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 과나후아토는 언덕을 따라 늘어선 집들이 다양하게 채색해 유명하다.
멕시코 출신의 신인 아역배우 앤서니 곤잘레스가 주인공 소년 미구엘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프리다 칼로의 특징인 일자 눈썹을 그대로 표현한 해골. 프리다 칼로는 원숭이를 애완동물로 기르며 그림 속에 자주 그렸다.
고대 멕시코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믹틀란이라는 사후 세계로 떠난다고 믿었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게바라로 나왔던 멕시코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사후세계에서 주인공 소년과 함께 붙어 다니는 헥터 목소리를 연기.
주제가인 'Remember Me'는 '겨울왕국'의 'Let It Go'를 작곡한 로버트 로페즈와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 부부가 만들었다.
지하수로와 연결된 일종의 동굴인 멕시코의 세노테스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한 장면.
극 중 나오는 멕시코의 전통곡 '요로나'(La Llorona)는 알라나 우바치와 안토니오 솔이 불렀다.
제작진은 멕시코의 오악사카 데 후아레스를 비롯해 멕시코시티 등을 5회 방문해 둘러보고 그림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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