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데스페라도 (블루레이)

울프팩 2011. 8. 14. 21:00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데스페라도'(Desperado, 1995년)는 얼마나 잘 노는 지 보려고 멍석을 깔아줬더니 제대로 흥을 보여준 신명나는 놀이마당 같은 느낌이다.
마리아치 3부작 가운데 두 번째인 이 작품은 뜻하지 않은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콜럼비아사가 작심하고 돈을 대서 만들었다.

덕분에 안토니오 반데라스, 셀마 헤이엑, 스티브 부세미 등 호화 배역진이 총출동해서 로드리게즈 감독의 재능을 한껏 빛내줬다.
재료가 좋으니, 로드리게즈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이 빛을 발했다.

줄거리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복수에 나선 기타리스트의 이야기다.
설정만 비슷할 뿐 내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굳이 전작을 보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요란한 총질도 모자라 로켓탄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종잇장처럼 날아가 피투성이가 돼서 뒹군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마치 춤을 추듯 날아다니며 총탄 세례를 퍼붓는다.

전작 '엘 마리아치'에 환호했던 팬들이라면 더더욱 업그레이드 된 로드리게즈의 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다.
그만큼 영상과 음악, 연출, 배우들의 연기가 제대로 조화를 이뤄, 마리아치 3부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로드리게즈 감독은 이 작품을 계기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일구며 타란티노와 더불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개성파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샤프니스가 날카롭고 색감도 선명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저음이 묵직하게 울려 액션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음의 확산이 좋아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난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뮤직비디오 등이 들어 있으며, 한글 자막은 제작과정에만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화려한 기타 연주와 노래 솜씨를 뽐낸 인트로의 'cancion del mariachi'. 후렴구가 개그콘서트에서 개그 소재로 인용되기도 했다.
총을 가득 넣은 기타케이스를 들고 다니며 악당들을 해치우는 떠돌이 악사 역의 안토니오 반데라스.
여주인공을 연기한 셀마 헤이엑. 그가 직접 부른 'Quedate Aqui'는 아주 관능적이다.
로드리게즈 감독의 친구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깜짝 출연.
이번에는 주인공의 친구들까지 가세해 기타리스트가 3인방으로 늘었다.
양 손에 든 기타케이스가 졸지에 기관총으로 변하는 장면은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다.
로드리게스의 황당한 상상력이 빛을 발한 부분은 기타케이스에서 느닷없이 로켓탄이 튀어나가는 장면이다.
전작에서는 스탭이 없어서 굳이 스토리보드를 만들지 않았던 로드리게즈 감독이 이 작품은 스탭이 늘어나 스토리보드를 직접 그렸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깊은 악역은 대니 트레요가 연기한 암살범이다. 총보다 빨리 칼을 뿌리는 이 역할이 발전해서 올해 개봉한 '마셰티'로 이어졌다.
로드리게즈 감독은 이 작품을 38일 만에 촬영했다.
폭탄이 터지며 사람들이 날아가는 장면은 와이어를 연결해 당기는 방법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