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익 감독의 '똥파리'(2009년)는 참으로 강렬한 영화다.
김기덕 감독의 '악어' '섬' '나쁜 남자' 이후 이처럼 폭력이 일상화된 삶을 냉혹하게 묘사한 영화는 처음이다.
그려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한 영화다.
어려서부터 폭력에 노출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이 결국은 자신도 폭력의 세계에 발을 담그지만 그가 못내 그리워하고 돌아가려고 하는 곳은 결국 따뜻한 가정이다.
그런 점에서 참으로 사람의 냄새가 나는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록 날 것 그대로의 거친 욕설과 폭력으로 점철된 장면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 또한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이다.
양 감독은 처음 찍은 장편 영화인 이 작품에서 감독, 각본, 주연까지 1인 다역을 해냈다.
그런데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제 몫 이상을 훌륭하게 해낸 것을 보면 우리 영화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느낌이다.
해외에서도 이 작품의 우수성과 양 감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타이거상, 도빌아시아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판타지아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싱가폴 국제영화제 연기상 등 줄줄이 상을 안겼다.
앞으로 양 감독에 대한 기대가 크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우리 영화, 특히 그중에서도 독립 영화인 점을 감안하면 화질이 아주 우수하다.
샤프니스가 뛰어나고 발색도 아주 좋아서 영상이 깔끔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무난한 편.
2장의 디스크에 걸쳐 감독과 배우, 제작진의 음성해설 2편, 배우 인터뷰, 로테르담 영화제 스케치 장면 등이 수록됐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극중 상훈의 친구 만식 역을 맡은 배우 정만식. 실제 이름도 만식이다. 용역회사 사장 역을 맡았는데, 참으로 맛깔스럽게 연기를 잘 했다. '극락도 살인사건' '잠복근무' '오로라 공주' 등에도 출연.
그리고 여주인공 연희를 연기한 김꽃비. 풋풋함이 매력인 여배우. '질투는 나의 힘' '짝패' '가족의 탄생' 등 나이는 24세인데 1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는 폭력적인 삶에 노출된 사람이 결국 폭력을 행사는 무한 궤도식 폭력의 악순환을 이야기한다.
그처럼 맴도는 폭력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결국 폭력에 대한 공포다. "때리는 사람은 안맞을 것 같지만 언젠가 맡는다"는 상훈의 대사처럼, 폭력을 지배하는 테제는 결국 생존에 대한 공포다.
극중 연희라는 여고생 배역은 양 감독이 아는 사람을 투영한 것.
이 작품이 빛난 것은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소화한 조연들의 힘이 컸다. 고교생을 연기한 이환은 31세 청년. 그의 친구 환규를 연기한 윤승훈은 '품행제로'에 단역으로 나오기도 했다.
양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을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DVD 부록에서 "세상을 향해 Fuck You를 날려라, 자신에게 솔직해라"라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영화 제작 동기를 대신했다.
이 작품이 충격적인 것은 험한 욕설과 폭력보다 가족에 대한 주먹질이다. 가족을 살해한 가장, 부모를 거침없이 때리는 아들 등 몸서리쳐지는 패륜이 참으로 충격적이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망치, 부억칼 등은 한국 가정 폭력을 나타내는 상징들이다. 망치의 등장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영향이다.
엄마를 죽게 만든 사람과의 로맨스적인 만남, 연인을 죽이는 동생, 그리고 악의 길로 걷는 동생 등 이 작품 속 인물들의 관계는 아이러니 그 자체다. 삶이 그러하지 않느냐는 질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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