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라디오스타

울프팩 2006. 10. 7. 16:36

추석 연휴, 방송계에 10여년을 몸담아 온 아내가 보자고 한 영화가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스타'(2006년)다.
80년대말 '별이 빛나는 밤에'부터 '2시의 데이트'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FM과 TV 프로를 두루두루 해왔던 아내에게 이 작품은 남다른 느낌을 준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웃음을 강요하는 '황산벌', 과대포장된 '왕의 남자'에 실망을 했기에 이준익 감독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준익 감독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감동적인 영화다.
역시 한, 두 작품으로 감독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 작품으로 만난 이준익 감독은 참으로 따스한 감성을 지닌 작가다.

작품은 88올림픽 시절 가수왕까지 했던 왕년의 록가수가 몰락해 지방 방송국 DJ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아직도 왕년의 인기에 연연해 세상을 불만스럽게 살았던 록가수 최곤(박중훈)이 20년 동안 함께 해온 매니저 박민수(안성기)와 함께 재기하는 과정이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펼쳐진다.

결코 거기에는 억지 웃음도, 강요된 눈물도 없다.
그저 담담하게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직업만 다를 뿐 우리 주변 사람들로 대치할 수 있는 최곤과 박민수의 사실적인 이야기는 커다란 감동이 돼서 다가온다.

아울러 소중한 옛날 사진첩을 펼치듯 최곤이 틀어주는 옛 음악들은 귀에 남아있는 지난 추억들을 불러 온다.
80년대 열심히 들었던 가요와 팝송, LP판들, 심지어 노브레인이 패러디한 비틀즈의 '애비로드' 자켓 장면까지 영화를 보다보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올 적이 많다.

그래서 이 영화는 40대에 가까운 30대 이후가 본다면 더욱 반가운 작품이다.
어느새 꿈보다 추억이 더 소중한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마냥 흘러간 기억과 정서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70~80년대를 추억하면서도 다시 해보자는,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소리없이 울어본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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