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 파키스탄에 머물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남아시아 지국장 대니얼 펄이 탈레반 지도자를 인터뷰하러 갔다가 실종됐다.
당시 프랑스 라디오 소속 기자로 남편과 함께 파키스탄에 체류 중이던 부인 마리안 펄은 미국 및 파키스탄 정부와 함께 남편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한 달여 뒤, 비디오테이프가 배달되면서 마리안의 희망은 산산조각났다.
유대인이었던 대니얼 펄은 처참하게 참수 당한 뒤 10조각으로 토막났다.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우던 마리안 펄은 남편의 죽음을 책으로 써서 펴냈고, 이를 영화화한 작품이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마이티 하트'(A Mighty Heart, 2007년)이다.
윈터바텀 감독은 펄 기자를 찾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담담하게 그렸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인도에서 들고찍기 방식으로 촬영했으며, 최대한 극적 효과를 배제했다.
심지어 색감 조차도 분위기를 위해 흑백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무채색이다.
특히 윈터바텀 감독은 어떠한 추론이나 상상도 배제한 채 철저히 사실성에 입각해 영화를 그렸다.
그래서 테러집단의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펄 기자가 그 곳에서 겪었을 고초도 사진 한 장 외에는 일체 보여주지 않는다.
오로지 마리안과 수사팀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워낙 끔찍한 사건이고 실제 인물들이 살아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그렇다보니 TV 시사보도물처럼 리얼리티는 넘치지만 영화로서는 답답하고 심심하다.
굳이 이런 상황이라면 영화가 아닌 마리안 펄의 책을 읽는게 더 나을 듯 싶다.
차라리 파키스탄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안한 지 보여주는 배경 설명이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마저도 배제했다.
그나마 안젤리나 졸리가 참담한 비극 앞에서도 놀랍도록 침착한 마리안 펄의 연기를 잘 해주었다.
구성은 심심하지만 그 속에 담긴 언론인의 사명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숭고한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새삼 기자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색감이 명료하지 못한 게 흠.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대한 소개가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In A Manner of Speaking' - Nouvelle Vague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 (0) | 2013.06.07 |
---|---|
카트 레이서 (0) | 2013.06.05 |
토파즈 (0) | 2013.05.06 |
찢겨진 커튼 (2) | 2013.05.04 |
돈의 맛 (블루레이) (4) | 2013.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