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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블루레이)

울프팩 2018. 3. 5. 16:35

저스틴 커젤 감독의 '맥베스'(Macbeth, 2015년)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를 훌륭하게 영상화한 작품이다.

내용은 일부 다른 부분이 있지만 대체로 원전을 충실하게 따랐다.

 

스코틀랜드의 장군인 맥베스는 왕을 대신해 반란 진압 후 귀환하던 중 마녀들로부터 장차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이에 마음이 움직인 맥베스는 왕을 죽이고 왕자를 내쫓은 뒤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때부터 정체모를 불안에 휩싸인 맥베스는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해 폭정을 일삼는다.

결국 내부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맥베스는 달아났던 왕자가 몰고 온 군대에게 패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셰익스피어가 실존 인물을 토대로 가상의 이야기를 가미한 맥베스는 워낙 극적인 내용이어서 여러 번 영화로 제작됐다.

오손 웰즈는 1948년에 연극 무대를 그대로 찍은 듯한 영화를 내놓았고, 로만 폴란스키는 과격한 폭력 묘사를 곁들인 '맥베스의 비극'을 1971년에 선보였다.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도 일본식으로 해석한 '거미의 성'(1957년)을 만들었다.

그만큼 커젤 감독은 이번 작품이 다른 감독들의 작품과 비교돼 부담스러울 수 있을 텐데, 이를 독특한 영상으로 차별화하며 극복했다.

 

우선 커젤 감독은 모든 영상을 작품의 배경이 된 스코틀랜드에서 찍었다.

덕분에 수려한 풍경이 우선 눈길을 끈다.

 

커젤 감독은 단순히 풍경 촬영에만 공을 들인 것이 아니라 여기에 특유의 색조를 가미했다.

초반 맥베스가 순수했던 시절의 전투 장면은 푸르스름한 회색빛, 욕심에 휩싸여 갈등으로 번민하는 시기는 크롬 필터의 황금색과 진한 어둠에 휩싸인다.

 

갈등이 고조돼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면서 영상은 전체적으로 붉은색에 수렴하다가 급기야 막판 전투 장면에서는 온통 핏빛으로 시뻘겋게 물들었다.

커젤 감독이 의도한 강렬한 색조는 스코틀랜드 고지대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와 어울려 강렬한 인상을 준다.

 

덕분에 현지 촬영의 현장감과 더불어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아울러 결정적인 순간에 슬로 모션으로 재현되는 싸움 장면은 영화의 극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맥베스를 연기한 마이클 패스빈더와 맥베스 부인 역의 마리옹 꼬띠아르는 섬세한 연기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만큼 더할 수 없이 적확한 캐스팅이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체를 그대로 살린 대사는 낯설기도 하지만 오래된 사극을 보는 것처럼 고풍스럽고 장중한 무게감을 더한다.

 

한마디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시선을 잡아끄는 강렬한 영상, 이완을 반복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린 커젤 감독의 빛나는 연출력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런 감독이 후속작 '어쌔신 크리드'에서는 그만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듯해서 안타깝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아스라이 안개 낀 몽환적 풍경을 잘 살렸고 거친 질감의 영상도 영화 내용과 잘 어울렸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채널을 적절하게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를 잘 살렸다.

부록으로 이다혜 영화 칼럼니스트와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가 함께 한 음성해설, 제작과정과 맥베스 부인 캐스팅 이야기, B-롤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맥베스는 11세기 스코틀랜드에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던컨 왕을 죽이고 왕이 돼 18년간 통치한 뒤 전쟁에 나갔다가 전사했다.

커젤 감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맥베스의 변심 동기로 봤다.

촬영은 스코틀랜드 고지대에서 했다. 특히 스코틀랜드 북서부의 스카이 섬에서 촬영.

높은 현창을 통해 비스듬히 스며들어오는 일광을 잘 살린 영상이 일품이다.

맥베스 부부는 아이를 잃은 고통 때문에 권력에 집착하며 왕을 시해한다.

맥베스를 연기한 마이클 패스빈더와 부인 역의 마리옹 꼬띠아르.

나탈리 포트만이 원래 맥베스 부인을 연기하기로 했으나 촬영 직전 마리옹 꼬띠아르로 교체됐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영어로 찍은 영화에서 처음으로 맥베스 부인을 연기한 프랑스 배우다. 연극무대에서는 1966년 시몬느 시뇨레가 로열코트 극장 공연 때 맥베스 부인을 연기했다.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특징인 안개를 그대로 살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커젤 감독은 연극의 무대 디자이너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의 부인이 맥베스 부인을 연기했다.

성 내부는 스코틀랜드가 아닌 노섬벌랜드의 뱀버러성에서 촬영. 이 성은 바다를 끼고 있는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아름다운 촬영은 애덤 아카파우가 담당. 그는 커젤 감독의 '어쌔신 크리드'도 찍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도 '맥베스'를 뱀버러성에서 찍었다.

맥베스의 갈등과 고뇌, 그를 바라보는 부인의 몰락 등 인물들의 내면도 잘 살렸다.

마녀 부분도 원작과 다른 점이다. 원작의 세 마녀가 영화에서는 어린 소녀가 추가돼 네 명으로 바뀌었다.

욕망이 전화처럼 빨갛게 타올라 소실되는 것을 상징하듯 붉게 물든 영상.

원작에서는 맥더프가 맥베스를 참수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달아났던 왕자가 다시 돌아와 쓰러진 맥베스 옆을 조용히 지나쳐 입궁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맥베스
맥베스 (B타입 750장 넘버링 한정판)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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