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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몰타의 세인트 줄리안

울프팩 2018. 7. 21. 10:27

몰타의 세인트 줄리안(St.Julian's)은 서울의 강남이나 제주도의 중문 같은 곳이다.

고급 호텔과 리조트, 카지노, 식당과 클럽들이 모여 있어서 한마디로 놀기 좋은 동네다.


특히 클럽들이 모여있는 파처빌 거리가 유명하다.

수도 발레타에서 버스로 25분 거리,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20분 정도면 갈 수 있고, 슬리에마에서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스피놀라 베이에서 바라본 세인트 줄리안. 고양이가 지붕에 올라앉아 있는 건물은 요가를 가르치는 곳이다.]


마을 이름은 가난한 성자이자 구호 성인이었던 생 쥘리앵의 이름에서 따왔다.

지금도 몰타에서는 매년 2월 12일에 그를 기리는 행사를 한다.


원래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으나 고급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번화한 도시로 바뀌었다.

몰타 최초의 호텔로 알려진 힐튼호텔도 이 곳에 있다.

[작은 만인 스피놀라 베이. 마침 러시아 월드컵 기간이어서 만에 위치한 식당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하는 러시아와 스페인의 16강전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이 식당은 스페인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세인트 줄리안은 스피놀라 베이(Spinola Bay)라고 부르는 작은 만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말발굽 형태처럼 움푹 들어간 이 곳에 요트와 보트들이 정박해 있고 해안가를 따라 사람들이 수영이나 일광욕을 즐긴다.


이 곳 해안가는 모래도 일부 있지만 주로 바위 해변이 발달해 있다.

따라서 볕 좋은 오후에 나가보면 마당처럼 널찍한 바위 위에 쭉 누워서 수영복만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스피놀라 베이 다리 위에 있는 유명한 LOVE 조각. 석회암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만을 따라서 다양한 레스토랑과 술집들도 들어서 있다.

만을 내려다볼 수 있어서 전망 좋기로 유명한 카페 겸 식당인 쿠바를 비롯해 수영장을 부대시설로 갖고 있는 클럽들이 이 곳에 있다.


또 다리 위에 'LOVE'라는 글자를 반대로 뒤집어 세워 놓은 유명한 조각도 여기에 있다.

뒤집힌 글자는 물 위에 비춰 보았을 때 제대로 보인다.

[러브 조각이 서 있는 스피놀라 베이.]


워낙 명물이어서 이 곳은 항상 사진 찍는 사람들이 있다.

관광 명소가 의례히 그렇듯 러브 조각이 있는 다리 난간에는 자물쇠가 잔뜩 달려 있다.


아마도 연인이나 관광객들이 매달아 놓은 게 아닐까 싶다.

세인트 줄리안은 대부분의 몰타 도시가 그렇듯 도로가 좁고 구불구불하다.

[스피놀라 베이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만을 따라 나있는 도로로 내려가면 바로 바닷가로 이어진다.]


거의 2차선 도로여서 한쪽 차선에 차가 서 있으면 어느 한쪽의 차들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도로가 꽉 막힌다.

그렇다 보니 버스들이 제시간에 오는 경우가 흔치 않다.


심지어 임디나에 갈 때는 버스가 1시간이나 늦게 와서 땡볕 아래 땀을 흘리며 서 있어야 했다.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니 정류장을 떠나기도 힘들다.

[스피놀라 베이의 러브 조각을 지나쳐 가다 보면 몰타의 제4대 대통령을 지낸 센수 타본의 동상을 볼 수 있다. 그는 1989~1994년까지 대통령을 지냈으며 2012년에 타계했다.]


설령 늦게 오더라도 버스에 사람이 많으면 서지 않고 그냥 정류장을 통과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여기에 주차 시설도 부족하고, 영국 식민지였던 곳이어서 운전석이 우리와 반대로 오른쪽에 붙어 있다 보니 차량을 빌려서 운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도로가 막혀도 그러려니 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빌려주는 공유 자전거도 있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많이 보지 못했다.

[타본 전 대통령 동상과 고양이 조각상을 지나서 조금만 걸으면 모퉁이에 위치한 초록색 문이 달린 집이 있다. 이 집이 타본 전 대통령이 살았던 집이다. 타본은 원래 세인트 줄리안과 슬리에마 의회 의원을 지냈고 이 곳에서 99세 생일을 16일 앞두고 사망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몰타는 자전거 타기에 너무 덥고 볕이 뜨겁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타도 햇볕에 피부가 홀랑 익을 수 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자전거 도로가 없고, 자동차들이 자전거를 배려해 주지 않는다.

도로 사정 또한 좋지 않고 패인 곳이 많아서 속도를 내기도 힘들다.

[세인트 줄리안에서 슬리에마를 향해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해안 감시탑. 타본 전 대통령 집을 지나 조금만 가면 된다. 17세기에 성 요한 기사단의 수장인 그랜드 마스터를 지낸 아라곤의 기사 마르틴 르댕은 해안을 따라 13개의 감시탑을 세웠다. 이 곳은 5번째 감시탑이다.]


여기에 자전거를 세워둘 곳도 마땅치 않다.

우리나라처럼 자전거를 잠가서 세워놓을 장치가 있으면 좋은데 찾기 힘들었다.


그러니 가까운 거리라면 자전거보다 차라리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세인트 줄리안의 주민은 1만 명을 약간 웃돈다고 한다.


[세인트 줄리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암석 해안. 넓은 암반 위에 사람들이 누워 일광욕을 즐긴다.]


거리에 늘어서 있는 집들은 흔히 석회암이라고 부르는 라임스톤으로 지은 집들이 많다.

라임스톤은 회색에 가까운 연노랑 빛을 띠고 있는데, 흔히 중동에서 볼 수 있는 집들과 비슷한 모양과 색깔을 띠고 있다.


그래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뮌헨'처럼 중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몰타에서 촬영했다.

그렇다고 석회암 집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런 집들이 많으며 서울처럼 고층빌딩은 많지 않다.

[세인트 줄리안에서 슬리에마로 가다 보면 중간쯤에 만날 수 있는 사람 모양의 조형물.]


세인트 줄리안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힐튼호텔 앞에 위치한 카지노 겸 아케이드 건물이다.

멀리서도 보일만큼 탑처럼 삐죽 솟아 있다.


몰타도 영국 식민지였던 만큼 축구를 좋아한다.

몰타 프리미어 리그라는 축구 리그도 있으며, 세인트 줄리안에도 팀이 있다.

[해안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슬리에마에 거의 다다라서 만날 수 있는 포르티자 레스토랑. 과거 감시탑을 이용하는 듯 싶다.]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는 섬나라답게 수구다.

여러 도시에 수구 클럽들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경기를 갖는다고 한다.

[한때 몰타의 명물이었던 몰타 버스. 지금은 기념품점으로 쓰일 만큼 오래됐다. 요즘 다니는 몰타 버스는 LCD에 행선지와 버스 번호 등을 표시하는 신형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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