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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블루레이)

울프팩 2010. 9. 23. 23:39
알프레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1959년)는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스릴러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이 히치콕의 필모그라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히치콕 특유의 복선과 긴장의 끈을 놓치 않게 만드는 연출의 힘이 기발한 영상으로 표출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히치콕 작품 특유의 누명을 쓴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엉뚱하게 정부 공작원으로 오인받아 악당들에게 쫓기는 주인공이 되려 영웅이 돼서 악당들을 처리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 이전까지 로맨스물 위주였던 케리 그랜트는 말쑥한 신사의 이미지를 벗고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또 히치콕은 이 작품을 통해 대중적인 흥행 성공은 물론이고 비행기 추격전, 러시모어 산의 결투 등 영화사에 길이 회자되는 명장면을 남겼다.

참고로, 제목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일부는 노스웨스트항공을 타고 북으로 가라는 뜻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고, 일부는 북북서라는 방향을 뜻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여기에 히치콕 특유의 복선이 숨어 있다.
사실 히치콕의 의도는 방향에 있었다.

그는 원제를 '북서쪽 방향에서'로 정했으나 제작사인 MGM에서 좋아하지 않자 일부러 노스웨스트항공을 탄다는 뜻으로 제목을 슬쩍 바꾸었고, 한 술 더 떠 인터뷰에서 세익스피어의 '햄릿' 대사 중 '북북서풍(north-north-west)이 불 때'를 슬쩍 인용해 마치 명작에서 따온 것처럼 사람들을 속였다.
결국 히치콕의 의도대로라면 북서쪽과 노스웨스트항공 두 가지 모두 맞는 셈이다.

국내 출시된 1080p 풀HD의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정식 출시판이 아닌 무판권판, 즉 리핑 제품이다.
그래서 부록도 전무하고 한글 자막에 오자가 자주 보인다.

정품이 빨리 나왔더라면 리핑판이 나올 이유가 없으므로, 정품의 공백이 안타깝다.
화질은 윤곽선이 좀 두터운 편이지만 무려 반세기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편이다.
음향은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데 간헐적인 서라운드 효과를 들을 수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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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인 옥수수밭 평원에서 펼쳐지는 비행기 추격전으로 유명하다. 재미있는 것은 히치콕은 비행기의 정체에 대해 끝까지 설명하지 않는다. 관객의 추측에 맡길 뿐이다. 이 작품에서는 이 같은 생략이 여러군데 보인다. 어찌보면 설명이 부족한 불친절한 시퀀스지만 히치콕은 이를 이야기의 속도와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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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도 변함없이 카메오 출연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원래 이 작품은 흑백으로 개봉했으나 뒤에 컬러로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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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역은 원래 제임스 스튜어트로 예정했으나 사정이 생겨 케리 그랜트로 바뀌었다. 그랜트는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촬영 내내 히치콕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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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한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에바 마리 세인트. 원래 이 역할은 섹시하고 신비한 여인을 필요로 해서 MGM은 댄서 시드 채리스를 밀었고, 히치콕 감독은 그레이스 켈리 왕비를 만나 출연을 설득했다. 히치콕은 켈리가 고사하자 고심 끝에 세인트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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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 못지 않게 중요한 악역 반담은 제임스 메이슨이 연기. 히치콕은 이 역할에 율 브리너를 점찍었다. 그러나 브리너의 출연이 힘들자, 메이슨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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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은 유명한 어니스트 레먼이 썼다. 그는 '사브리나', '왕과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사운드 오브 뮤직' 등 유명 작품의 대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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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의 상징인 UN본부. 그러나 이곳에서 잔인한 살인이 벌어진다. 유엔이 세계의 평화를 지켜줄지는 모르지만 개인의 안녕은 지켜주지 못한 셈이다. 히치콕 특유의 조롱이 빛나는 이 시퀀스는 당연히 유엔본부에서 허가하지 않아 몰래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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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 외관은 촬영 감독인 로버트 벅스가 세탁트럭에 숨어서 찍었고, 살인이 벌어지는 내부는 히치콕이 스틸 사진 작가와 촬영한 사진으로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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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 위에서 내려다 본 이 장면은 기하학적 구도가 주는 묘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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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들의 얼굴이 조각된 러시모어산 결투 장면도 마찬가지. 사우스다코타의 래피드시티에서 촬영 허가를 해주지 않자 사진 촬영을 핑계로 일부 장면을 몰래 찍고, 나머지는 얼굴 모형을 세트로 만들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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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비행기 추격장면은 산 호아퀸 계곡 남쪽 끝에 있는 베이커스필드 인근에서 촬영. 원래 시나리오에는 밀밭으로 돼 있었으나 시카고 인근에는 밀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제작진이 옥수수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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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추격전이 펼쳐지는 시퀀스는 명장면으로 가득하다. 거대한 평원 위에 십자로는 마치 거대한 십자가를 보는 것 같다. 이런 장면들은 오히려 개방된 공간이 주는 숨막히는 공포를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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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사이에 두고 모르는 사람들이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이 장면도 인상적이다. 가운데 여백을 둔 투숏이면서도 화면을 꽉차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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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장면이 러시모어 시퀀스에도 등장한다. 화면을 세로로 쪼개는 수 많은 나무들이 남녀의 간극을 표현한다. 그만큼 폐쇄적이면서도 확장적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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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그랜트는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더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 무렵 그는 심리치료를 이유로 LSD를 복용했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DVD)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제임스 메이슨 출연/캐리 그랜트 출연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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