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3D 붐을 일으킨 영화다.
이전에도 3D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기술적 차원이 달랐다.
무엇보다 깊이감이 남달랐다.
눈을 찌르듯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간의 거리가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영상에 깊이가 있다.
마치 음각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거대한 아이맥스 화면에 3D로 봤을 때 제 맛이 난다.
물론 실사같은 컴퓨터 그래픽만으로도 충분히 탄성을 불러 일으키지만 '늑대와 춤을'의 미래 버전처럼 진부한 이야기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내용은 지구인들이 자원 확보를 위해 침범한 외계 혹성의 원주민들을 구하는 주인공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원주민들과 똑같이 생긴 분신(아바타)을 이용해 친해지고 싸움에 나선다.
마치 게임같은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인디언 학살로 이룬 미국의 서부 개척사를 보는 것 같다.
원주민 부족이 나바호족을 연상케 하는 나비인 점도 그렇고, 자연을 강조하며 사냥감에게 경의를 표하는 모습과 생김새, 무기 등이 인디언을 닮았다.
하지만 그들을 구하는 것은 아바타로 분한 지구의 영웅이다.
주인공의 손길이 없었다면 원주민들이 죽음으로 내몰렸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백인 우월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기술 외에는 별다른 평가를 할 요소가 없다.
내용의 한계가 분명하지만 진일보한 3D 기술이 놀라울 뿐이다.
영화계의 기술주의자인 제임스 카메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이 영화는 3D TV와 영화 등 3D 마케팅을 본격화하면서 3D 거품을 불러 일으켰다.
1080p 풀HD의 1.78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의 화질은 극상이다.
최신작 답게 영상의 디테일과 콘트라스트, 색감은 경탄할 정도.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의 폭포를 경험할 수 있을 만큼 서라운드 효과가 탁월하다.
특히 본격 싸움 장면에서는 굉음이 작렬하며 현장감을 증폭시킨다.
화질과 음향은 블루레이 타이틀에 걸맞는 이름값을 하지만 부록이 전무해 아쉽다.
11월에 3장짜리 블루레이 딜럭스 버전을 낸다는 점으로 봐서 부록은 그때 보강할 모양이다.
장삿 속이 너무 뻔히 들여다보인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 속 아바타는 지구인이 외계 종족에 섞여 들어가 그들의 정보를 빼내오기 위해 사용하는 분신이다. 외형은 그들과 똑같지만 속은 지구인인 것.
지구인들이 아바타까지 동원하며 외계 혹성에서 노리는 것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자원이다. 자원 전쟁이나 다름없는 문명 발달사를 연상케 한다.
주인공을 맡은 샘 워싱턴. '타이탄'과 '터미네이터4'에 등장하는 배우다. 명색이 주연이지만 오히려 CG가 더 많이 활약했다.
그나마 샘 워싱턴은 얼굴이라도 나오니 낫다. 네이티리를 연기한 조 샐다나는 목소리만 나오고 얼굴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타이타닉'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이 작품은 14년 동안 구상하고 4년 간 만들었단다.
이 작품은 3D 뿐 아니라 CG 기술도 한 차원 진일보 시켰다.
이 영화에는 이모션 캡처라는 기술이 쓰였다. 이모션 캡처는 CG 캐릭터가 사람의 감정까지 묘사할 수 있도록 배우들의 동작 뿐 아니라 얼굴 표정까지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배우들은 표정까지 컴퓨터가 잡아낼 수 있도록 머리에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하고 연기를 했다. 덕분에 영화 속 CG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표정이 굉장히 정교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모션 캡처를 위해 가상 카메라를 개발, 활용했다.
가상 카메라 및 이모션 캡처를 위해 250대의 카메라가 동원됐다.
CG는 '반지의 제왕'을 만든 웨타디지털에서 작업했다.
웨타디지털에서 CG에 사용한 컴퓨터만 7,500대에 이른다.
촬영은 마우로 피오레가 담당. 그는 광고 촬영으로 시작해 '트레이닝 데이' '아일랜드' '킹덤' 'A특공대' 등을 찍었다.
음악은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곡인 '타이타닉'의 'My Heart Will Go On'을 만든 제임스 호너가 맡았다. 그는 '아포칼립토' '레전드 오브 조로' '트로이' '윈드토커' 등을 작업했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3D 기술 덕분에 이 영화는 국내에서 1,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하지만 올해 열린 제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시각효과, 촬영, 미술상 수상에 그쳤다. 배우들이 한 일이 별로 없고, 대부분 CG에 의존했으니 사람이 상 받을 일이 없다. 그런 점에서 아카데미의 평가가 정확했다고 본다.
반면 제 6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작품, 감독상을 받았다. 아마도 3D 영화 및 TV 판매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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