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블랙 호크 다운(4K 블루레이)

울프팩 2019. 7. 14. 06:00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우리에게 해적 국가로 유명하다.

툭하면 해적들이 나타나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습격해 인질을 잡고 몸값을 요구한다.

 

우리 상선도 여러 번 습격당했는데 그중2011년 나포된 삼호해운 소속 삼호주얼리 호는 우리 해군이 직접 구출했다.

당시 청해부대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펼쳐 석해균 선장을 포함해 인질로 잡혔던 선원들을 구했다.

 

소말리아가 이렇게 해적 국가로 악명을 떨치게 된 것은 오랜 기근과 내전으로 황폐화됐기 때문이다.

1991년 반정부 무장세력을 이끌던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는 쿠데타를 일으켜 22년간 나라를 통치하던 시아드 바레 대통령을 내쫓고 수도 모가디슈를 장악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무장세력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소말리아는 내란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기근까지 덥쳐 3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이에 적십자에서 구호물자와 식량을 보냈으나 이마저도 아이디드가 가로채 국민들을 다스리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결국 미국은 식량 전달을 위해 2만 명의 해병대를 투입해 질서를 유지했다.

 

그러나 1993년 미 해병대가 철수하자 아이디드는 남아 있던 소수의 유엔 평화유지군에 전쟁을 선포하고 공격해 파키스탄 병사 20여 명을 죽였다.

특히 아이디드는 미국이 소말리아의 이슬람교도들을 기독교인으로 만들 것이라며 사람들이 미국에 등을 돌리도록 부추겼다.

 

이에 미국은 윌리엄 개리슨 소장을 통해 아이디드를 무력화하기 위한 작전을 펼쳤다.

1993년 10월 3일 육군의 제75레인저 연대와 특수부대인 델타포스, 제160 특수전 항공연대가 아이디드의 참모들을 체포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당초 1시간 만에 끝내려던 작전은 소말리아 무장 세력의 거센 저항으로 18명이 죽고 84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으로 치달았다.

심지어 블랙호크 헬기도 공격을 받아 2대나 추락했다.

 

추락한 헬기 조종사였던 마이크 듀런트는 무장 세력에게 잡혀 11일이나 갇혔다가 풀려났다.

표면상으로는 아이디드의 참모들을 체포했으니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치 못한 다수의 사상자를 낸 실패한 작전이다.

 

결국 그 해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소말리아에서 미군들을 철수시켰다.

개리슨 소장은 나중에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1996년 8월 퇴역했다.

 

그리고 그 전날 아이디드가 모가디슈에서 살해당했다.

이 사건을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객원기자였던 마크 보든이 취재해 기사로 썼고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블랙 호크 다운'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 2001년)은 이 책을 토대로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실적으로 재현한 전투 장면이다.

 

헬기가 추락하는 장면부터 미군들이 미로 같은 모가디슈에 갇혀 사방에서 적의 공격을 받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를 위해 스콧 감독은 막대한 물량을 투입했다.

 

미 국방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4대의 블랙 호크와 4대의 리틀 버드 헬기를 빌려 촬영했다.

또 실제 델타포스 요원들을 비롯해 제75레인저 연대의 1대 소개 등 100명의 군인을 전투 장면에 투입했다.

 

뿐만 아니라 수 천발의 공포탄을 쏘아대고 모로코에서 모집한 1,100명의 엑스트라가 출연했다.

여기에 리들리 스콧 감독은 모가디슈 전투에 실제 참전한 당시 군인들과 원작자인 마크 보든 기자를 인터뷰해 최대한 당시 정황을 살렸다.

 

덕분에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전투 장면이 아주 생생하며 현장감을 제대로 살렸다.

그러나 사실적 묘사를 떠나 내용의 균형추가 기울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미국의 시각에서 그리다 보니 일방적으로 미군을 옹호하고 소말리아를 무도한 악의 세력으로만 묘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가디슈 전투 당시 1,000명이 넘게 죽은 소말리아 사람들보다 18명이 사망한 미군의 죽음을 더 안타깝게 다뤘다.

 

할리우드 영화여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객관적 시각에서 보면 결코 어느 쪽 죽음이든 소홀할 수 없으며 정당화될 수 없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모든 전쟁 영화는 결국 비극을 다루기에 반전 영화일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반전 메시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듯싶다.

 

그럼에도 전투 장면의 뛰어난 리얼리티와 긴박한 구성만큼은 훌륭한 영화다.

새삼 블록버스터에 강한 스콧 감독과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 콤비의 역량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또 극장판과 2시간 32분 분량의 감독판을 모두 수록해 골라 볼 수 있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의도적으로 입자를 강조한 영상이 거칠어 보이지만 디테일이 좋고 바랜 듯한 색감도 잘 살아 있다.

 

돌비 애트모스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뜻밖의 오류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플레이어나 타이틀에서 일부 장면을 재생할 때 음량이 끊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소리가 단락 되는 부분이 서너 번 있다.

처음에는 HDMI 케이블 문제인 줄 알았는데 반복적으로 서너 번 이상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봐서 타이틀의 오류로 보인다.

 

HDMI 케이블에 따라 15미터 이상 길게 연결하는 경우 일시적으로 신호 전달이 끊기면서 순간적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동일한 구간에서 같은 현상이 되풀이되면 케이블 문제로 보기 힘들다.

 

이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제기됐다.

그러나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제작사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음향은 채널 분리가 좋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전체적으로 소리가 웅장하며 저음이 묵직하고 박력 있다.

 

부록으로 3개의 음성해설, 제작 과정, 배우들의 훈련, 로케이션, 음악 및 컴퓨터 그래픽, 사건 보도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모가디슈 사건은 마크 보든이 책을 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기자 시절에 작전에 참가한 12명의 레인저를 포트 베닝에서 인터뷰해 기사를 썼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기사를 읽은 뒤 책이 나오기도 전에 영화 판권을 사들였다. 헬기 이륙 장면에 나오는 지미 헨드릭스의 'Voodoo Chile'은 스티비 레이본의 연주다. 
원래 요르단의 암만에서 촬영하려다가 도시 분위기가 모가디슈와 달라서 '글래디에이터'를 찍은 모로코의 바닷가 작은 마을인 살레와 라밧에서 촬영.
헬기 때문에 일어난 자욱한 먼지 소용돌이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한 존 그라임스는 실존 인물 존 스테빈스를 대신한 가상 캐릭터다. 스테빈스는 촬영 당시 아동 성추행으로 30년형을 받았다.
헬기 추락 장면은 160톤의 크레인에 강철 케이블을 연결한 뒤 모형 헬기를 매달아 땅에 추락시키며 촬영. 배경에 나오는 크레인과 케이블은 CG로 지웠다.
배우들은 제75레인저연대 훈련장과 포트 브랙 등에서 훈련을 받았다.
제작진은 모로코의 살레와 라밧 마을 주민 1,100명을 엑스트라로 기용.
블랙호크 헬기인 레인저 슈퍼61과 64호가 20분 간격으로 추락. 인질로 잡혔던 마이클 듀런트는 64호 조종사였다.
헬기 조종사를 연기한 배우들은 미국 켄터키의 포트 캠벨에 있는 제160항공연대에서 소형 헬기인 리틀 버드를 이용한 훈련을 받았다. 여기서 인질로 잡혔던 마이클 듀런트를 직접 만났다.
조쉬 하튼이 연기한 에버스만은 극중 레인저 알라모 부대원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험비 수송대에 있었다. 에릭 바나가 연기한 델타포스 대원은 여러 인물의 에피소드를 합성해 만들었다.
총알이 날고 파편이 튀는 장면은 모두 CG다.
원래 제리 브룩하이머는 '콘에어'를 만든 사이먼 웨스트에게 감독을 맡기려고 했으나 웨스트가 '툼레이더'를 연출하는 바람에 리들리 스콧에게 연출을 맡겼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원래 델타포스 리더 역할을 러셀 크로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해당 역할은 크로가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에 출연하며 못 나오게 돼 에릭 바나에게 넘어갔다.

블랙 호크 다운 : 블루레이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블랙 호크 다운 : 한정판 슬립케이스 (2Disc 4K UHD)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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