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의 작품을 쓴 영국의 여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은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잘 다루기로 유명하다.
단순히 이상적인 로맨스가 아닌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잘 묘사해 국내에서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제인 오스틴은 42세에 세상을 뜨기까지 길지 않은 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물론 독신이라고 해서 연애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애 이야기를 잘 쓴 소설가 치고는 의외다.
과연 제인 오스틴의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줄리언 재롤드 감독의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2007년)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다.
존 스펜스가 2003년에 쓴 소설 '제인 오스틴'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사실과 작가의 상상이 가미된 실제에 가까운 픽션이다.
제인 오스틴이 톰 리프로이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둘이 어떠한 만남을 가졌는지는 알려진 자료가 많지 않다.
다만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무도회에 세 번 이상 춤을 추러 간 점과 아주 친하게 지냈던 친언니에게 보낸 편지 구절에 비춰보면 각별한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영국에서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면 두 번 이상 춤을 추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이 팀 리프로이와 어떤 만남을 가졌는지, 둘 사이에 어떤 사연들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부분을 영화는 오스틴이 남긴 소설과 그의 단편적으로 알려진 생애 흔적들을 통해 유추했다.
영화가 그린 오스틴의 연애담은 '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 영화화된 그의 작품들과 비슷하다.
막상 마음속으로 끌리면서도 신분과 재산 차이 등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막상 쉽게 성사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오스틴과 리프로이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특히 가족을 부양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서 오스틴은 그의 작품들처럼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결혼을 앞두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따져보기는 마찬가지여서 오스틴의 소설들은 요즘에도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오스틴이 너무 앞선 판단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연애하는 여성답지 않게 참으로 냉정한 선택을 했다.
그런 지나친 침착함과 냉정함이 결과적으로 남다른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 작품은 오스틴의 이런 연애 과정이 남다른 연애소설로 탄생했고 이를 통해 영화 제목처럼 작가로 거듭났다는 설정이다.
영화의 묘미는 이 같은 오스틴의 변화 과정을 작품만큼이나 침착하게 잘 따라갔다는 점이다.
비록 오스틴의 작품을 다룬 영화들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와 주변의 경험담을 녹여낸 그의 작품 특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여기에는 오스틴을 연기한 앤 해서웨이, 요즘으로 치면 나쁜 남자에 해당하는 톰 리프로이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 등이 보여준 실감 나는 연기가 큰 몫을 했다.
앤 해서웨이는 오스틴처럼 보이기 위해 펜글씨도 연습하고 피아노까지 배웠다는데, 실제 오스틴이 저렇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연기가 사실적이다.
제인 오스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작품을 보고 그의 작품을 영화화한 다른 작품들을 보면 이해의 깊이가 훨씬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제인 오스틴을 알아가는 여정 같은 영화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녹색 등 눈을 자극하지 않는 편안한 색감이 좋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영화 분위기만큼이나 차분한 소리를 들려준다.
적당한 채널 분리를 통해 서라운드 효과 또한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부록으로 감독과 작가 케빈 후드, 제작자 로버트 번스타인이 함께 한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시대 재현 및 삭제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등장하는 장면들은 영국 글로스터셔에서 촬영. 이후 장면들은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아일랜드에서 찍었다.
제인 오스틴은 형제는 8남매였다. 그 중 딸은 일곱째인 오스틴과 언니 카산드라 등 둘이었다.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해군에 입대한 오빠와 다른 집에 입양간 오빠 등 남자 형제를 일부 줄였다.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한 톰 리프로이는 매춘부와 어울리는 등 방탕하게 살았지만 제인 오스틴을 만나면서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니에게 보낸 오스틴의 편지를 보면 톰을 좋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성공적인 결혼은 양가 집안의 금전적 문제가 얽힌 거래였다. 가난한 교구 목사의 딸인 제인 오스틴도 아버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제인 오스틴은 편지를 쓰다가 틀리면 줄을 긋지 않고 가위로 해당 부분을 잘라냈다.
얌전 빼는 성격이 아니었던 제인 오스틴은 크리켓 경기를 즐겼다.
젠틀맨 잭슨스라는 일종의 사설 격투장이 실제 존재했다. 복싱학교 같은 곳이었는데 내기 돈이 걸린 시합도 열고 복싱도 가르쳤다. 당시 부유한 젊은 남성들 사이에 꽤 인기있는 곳이었는데 바이런도 이 곳에서 복싱을 배웠다고 한다.
제인 오스틴은 27세때 6세 연하의 재력가였던 해리스 빅 위저드로부터 청혼을 받고 수락했다가 다음날 바로 취소했다.
제인 오스틴의 언니 카산드라는 제인이 죽고 나서 제인이 톰을 만나며 겪은 일들을 쓴 2년간의 편지를 모두 태워버렸다. 그래서 그의 연애담은 제대로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무도회 장면은 30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했으며, 360도 회전 카메라를 사용해 전방위로 촬영했다.
감독은 원래 이 작품을 3시간짜리로 편집했으나 투자자들과 협의해 2시간으로 줄였다. 바닷가 장면은 더블린만의 해변에서 촬영.
제인 오스틴은 선배 소설가에게 묻는다. "작가 겸 아내로 사는게 가능하겠죠?" "가능하겠지만 쉽지 않아요. 아내의 명성은 남편에게는 수치가 되죠." 이 문답을 보면 제인 오스틴이 독신으로 산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케이트 윈슬렛, 나탈리 포트먼, 키이라 나이틀리도 제인 오스틴 역으로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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