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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재스민(블루레이)

울프팩 2017. 9. 7. 18:07

우울한 재스민.

제목처럼 '블루 재스민'(Blue Jasmine, 2013년)의 주인공 재스민은 우울하다.

 

그의 우울은 극적인 신분 변화에서 찾아왔다.

뉴욕 상류사회에서 명품으로 휘감고 호화롭게 살던 재스민은 어느 날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이를 빌미로 급기야 헤어진다.

 

졸지에 남편의 집을 뛰쳐나온 재스민은 여동생에게 의지하기 위해 뉴욕의 부촌에서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허름한 동네로 옮겨간다.

그때부터 재스민의 생활은 생존이 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며 스스로 돈을 벌어 먹고살아야 하는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 급기야 재스민은 우울증 약까지 먹게 된다.

가진 자들에게 삶의 변화가 가져오는 충격이 얼마나 큰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그러면서 우디 앨런은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았다.

상류사회의 버릇을 잃지 않은 재스민과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제부가 충돌을 빚는 에피소드들이 우디 앨런 특유의 씁쓸한 유머로 묘사했다.

 

앨런의 시각에서 보면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이 빚어내는 풍경 그 자체가 블랙코미디인 모양이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단연 케이트 블란쳇이다.

 

명품 쇼핑으로 하루를 보내는 우아한 마나님의 행태부터 궁벽한 한촌으로 내몰리는 바람에 우울증에 걸려 손을 떠는 여인네의 연기까지 변화의 스펙트럼을 표정과 연기로 훌륭하게 묘사했다.

덩달아 보는 이도 동화돼 때로는 밉살스럽고 얄미운 그의 행태에 같이 빠져들게 된다.

 

블란쳇은 이 우울하면서도 대책 없는 여인을 연기해 제 8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새삼 블란쳇이라는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윤곽선이 예리한 편은 아니지만 세피아톤 특유의 안온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음향은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주로 소리가 전방에 집중돼 있다.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뉴욕에서 태어난 우디 앨런이 파리 바르셀로나 로마 등지를 돈 뒤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영화다.

브래들리 쿠퍼도 섭외 대상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의상담당인 수지 벤징어는 3만5,000달러의 예산을 받았으나 케이트 블란쳇이 들고 나온 에르메스 가방만 해도 그 예산을 초과해 결국 대부분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빌려 썼다.

2.40 대 1 화면비의 이 영화는 애너모픽이 아닌 슈퍼35 구면렌즈로 촬영됐다.

기본 줄거리는 테네시 윌리엄스가 1947년에 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느슨하게 닮았다.

케이트 블란쳇은 '60분'에 나온 루스 매도프의 인터뷰를 보며 억양, 손짓 등을 연구했다. 루스 매도프는 미 금융범죄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버나드 매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의 부인이다. 버나드 매도프는 다단계 방식의 펀드를 만들어 500억달러, 약 60조~70조원 규모의 금융사기를 저지르는 바람에 2008년 체포돼 150년형을 받았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블루 재스민
블루 재스민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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