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베르나토레는 이탈리아의 서정을 영화에 잘 녹여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시네마 천국'이나 '말레나'를 보면 영화 속 시대를 살아온 이탈리아 사람들이라면 공감갈 만한 내용들을 서정적으로 잘 녹여 냈다.
그러면서도 그런 정서를 다른 지역 사람들도 쉽게 호응할 만한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 높이 살 만 하다.
그래서 가장 이탈리아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현대 이탈리아의 영화감독으로 꼽을 만 하다.
아마 이탈리아 정부도 그 점을 높이 사서 그에게 기사 칭호를 내린게 아닐까 싶다.
그런 그가 만든 '베스트 오퍼'(La migliore offerta, The Best Offer, 2013년)는 좀 독특한 영화다.
'시네마 천국'이나 '말레나'처럼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지도 않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도 않았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그가 만든 '피아니스트의 전설'과 닮았다.
한 평생 배에 갇혀 산 피아니스트의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피아니스트의 전설'처럼 이 작품은 한 평생 경매에 몸을 받친 1급 경매중개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오로지 예술에 대한 심미안 하나로 평생을 버텨온 노신사가 뜻하지 않게 폐가나 다름없는 곳에서 한 여인을 만나면서 신비하고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여인과 소통하는 과정은 고목 나무에 꽃이 피듯 경매사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여기까지는 한 편의 로맨스 영화처럼 애틋하게 전개되는데 막판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
반전 뒤에 깔린 음모는 한 편의 추리소설을 연상케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로맨스와 스릴러가 결합된 독특한 작품이다.
사람이 지닌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 등 양면성에 카메라를 들이 댄 감독은 그 모든 것이 결국 인간의 본질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굳이 이런 메시지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영화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여기에 '샤인'에서 명연을 펼쳤던 제프리 러쉬가 경매사 역을 맡아 관록있는 연기를 펼친다.
더불어 쟁쟁한 명화가 가득한 경매사의 비밀의 방, 놀라운 로봇 등 영상도 눈길을 끈다.
특히 주인공이 인물의 초상화로 가득한 방에 홀로 앉아있는 작품은 그 자체가 그림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자신을 내려다보는 수 많은 얼굴들에 둘러 쌓여 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인물이다.
그런 폐쇄성이 결국 발목을 잡아 이를 깨뜨리는 과정에서 지난하고 예기치 못한 사건을 불러 일으키지만 이 또한 운명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체코의 프라하 광장에 거대한 천문시계나 시계로 온통 장식된 카페는 이런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막판 등장하는 시계 카페 속 주인공의 모습은 과거 지향적이었던 인물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는 곧 이탈리아의 과거 정서에 주목했던 감독의 변화이기도 하다.
그는 작품의 방향성 뿐만 아니라 형식에서도 변화를 추구했다.
베르나토레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필름 작업을 포기했다.
인화 기술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해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최신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런 변화를 모른 상태에서 감독의 이름만 보고 '시네마 천국'이나 '말레나'의 분위기를 기대하면 당황할 수도 있지만 그냥 이야기 자체만 놓고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우수하다.
주세페 베르나토레 감독의 작품들이 그렇듯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색감이 눈을 편안하게 한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가 잘 돼 있어서 선명한 서라운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리어에서 울리는 바이얼린 소리를 들어보면 마치 콘서트장에 와 있는 것처럼 선명하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제프리 러쉬가 연기한 주인공은 결벽증이 있는 남성이다. 항상 장갑을 끼고 다니며 전화기에도 커버를 씌워 놓고, 단골 식당에서도 늘 앉는 자리를 고집한다.
제목인 베스트 오퍼는 경매에서 최고 제시가격을 의미한다.
초상화로 장식된 주인공의 비밀 개인방. 라파엘, 모딜리아니, 르누아르, 알브레히트 뒤러 등 유명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가 빼곡히 걸려 있다.
베르나토레 감독은 이 작품을 "스릴러처럼 구성된 사랑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이 작품은 베르나토레 감독의 첫 디지털영화다. 제프리 러쉬의 신사 머리는 가발이다.
18세기 활동한 프랑스 발명가 자크 드 보캉송이 만든 일종의 나무 로봇인 '오토메타'가 출연.
체코 프라하의 구시청사에 있는 유명한 천문시계탑도 등장. 멀리 얀 후스의 동상이 보인다.
실제 프라하에 있는 밤과낮 이라는 카페에서 촬영한 장면. 내부 시계 부품 장식 등은 촬영을 위해 새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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